(서울=연합뉴스) 강민경 기자 = 국회의원을 포함해 공직자의 사적 이익 추구를 차단하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이 8년 만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013년 논의 시작 후 19·20·21대 국회를 거치며 폐기와 재발의를 거듭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급물살을 탄 결과로 공직사회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190만명 공직자에 사익 추구 금지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은 공직자가 직무상 권한이나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는 행동을 방지하는 법안이다.
미공개 정보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공직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미공개 정보를 받아 이익을 얻은 제3자도 처벌 대상이다.
법 직접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등 190만여 명이다.
배우자와 직계비존속까지 포함할 경우 대상이 8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직자 가운데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의원, 정무직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 등은 '고위공직자'로 분류돼 더 강한 규제를 받는다.
제정안은 또 채용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나, 고위공직자의 가족이 해당 공공기관과 산하기관, 자회사 등에 채용될 수 없도록 했다.
공직자 및 배우자, 직계 존·비속은 공공기관 및 그 산하기관과의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했다.
토지와 부동산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공직자의 경우는 기준을 강화, 부동산 매수 14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본회의에서는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도 같이 의결됐다.
상임위 활동 등 국회의원 업무의 특성에 맞춰 구체적 회피·제재 절차를 명문화한 '패키지 법안'이다.
21대 국회 후반기인 내년 5월부터 국회의원들은 당선 30일 이내에 자신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주식·부동산 보유 현황과 민간 부문 재직 단체와 업무 활동 내용 등을 등록해야 한다.
이해충돌 발생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의원은 위원장에 상임위원회 회피를 신청해야 한다.
이런 의무를 위반한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
권익위 2013년 처음 발의…LH 사태에 급물살
국민권익위는 2013년 19대 국회에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이라는 이름의 제정안을 처음 발의했다.
그러나 당시 이해충돌방지법 관련 내용은 공직자 직무 수행 범위 등이 모호하다는 이유 등으로 빠지고, 부정청탁 금지 부분만 '김영란법'이라는 이름으로 2015년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직자의 부당한 사익 추구를 막는 이해충돌방지법 내용이 '고위공직자'인 국회의원에게도 적용되자 정치권이 '김영란법'만 처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정치권은 8년간 개별 의원 차원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을 발의하길 반복했으나, 번번이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 초 '박덕흠 사태' 때처럼 국회의원의 사익 추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논의되다가 유야무야되는 행태가 반복된 것이다.
그러다 최근 LH 투기 사태로 공직자의 부당한 사익 추구를 둘러싼 국민적 공분이 폭발하면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법안 심사에 착수한 뒤에도 세부 내용을 둘러싼 여야 간 진통이 이어졌지만, 제정안은 1번의 공청회와 8번의 소위 회의를 거친 끝에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 문턱을 넘었다.
이어 국회 운영위도 국회의원 대상의 유관 법안을 처리하면서 이번에 빛을 보게 됐다.
km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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