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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공의를 마친 다음에 개원의가 될 수 있다" 필수의료과 전공의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초강경책이다. 한마디로 사표를 내고 떠나간 전공의를 강제로 끌고 올 수 있는 멋진 아이디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의료사태 시작부터, 관이 민을 대하는 태도는 참으로 볼만하였다. 관이 민을 수탈하는 후기 조선인들의 태도와 저렇게도 달라진 것이 없을 까라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하였다. 이제는 갖가지 조치들이 효과가 없는지, 초강경책인 전공의 이후에 개원할 수 있다는 정책을 내놓을 모양이다. 강한 반발을 만나게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기 조상들과 자기나라 역사를 미화하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이면 비슷비슷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한번 해 보면 좋겠다. 지나치게 후한 대접을 받는 조선의 역사를 생각하면 여러분은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는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점령한 곳의 사람이 아니라 자기와 같은 민족을 대상으로 엄청나게 가혹한 노비제를 실시한 것이 먼저 떠오른다. 그 다음에는 후기 조선으로 올수록 관리들이 민간인을 무자비할 정도로 수탈한 것이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늘 국난을 대비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당하고 나서야 야단법썩을 뜨는 것이 떠오른다. 물론 정파로 나누어서 죽도록 싸운 것은 잠시 제쳐두도록 하겠다.

 

1.

조선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2월부터 시작된 정부와 젊은 의사들의 충돌 때문이다. 어쩌면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건복지부 고위관리들은 처음부터 작심하고 전공의들을 굴복시키기 위하여 진료유지명령, 사직서수리금지명령, 면허취소 행정명령 등을 갖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기에다 여론전에 승리하기 위해서 특정 직역 사람들을 적이나 악마로 설정하고 광고비를 집행해 가면서 의사의 악마화 작업을 추진하였다. 

 

2.

정부가 추진한 강압 정책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대학병원 가동률이 현저하게 떨어지자 심각성을 느끼고 수련 특례하는 미끼를 던지면서 으름장을 잠시 내려놓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을 모집에 들어갔다. 그것마저 8월 1일 전공의 지원율 0.8%라는 대참패로 끝나고 말았다.

 

3.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보건복지부의 고위관리들이 진심으로 전공의나 의대생 같은 젊은 의사나 의사 후보생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본다. 본인들이 저질러놓은  어처구니 없는 2천명 증원 총 1만명 의과대학생 증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태도를 2월부터 일관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이 내지르는 주장에서 너무나 큰 모순과 처음부터 엉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애시당초 가짜를 진짜라고 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대한민국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후기 조선의 짙은 문화적 유전자와 생물학적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완장을 찬 관리들이 무자비하게 힘없는 민간인을 수탈하고 약탈하는 후기 조선의 흔적들이었다.

 

4.

이것저것 해 봐도 통하지 않으니까 정부는 또 다시 초강경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개원면허제'이다.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곧바로 개원의로 출발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이다. 반드시 사전에 2년동안 임상수련의라는 이름으로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옹호하는 김윤(전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이 제도를 왜 도입하는지를 분명히 한 적이 있다.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의사들이 수련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겁니다."

 

5.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일부 사람들은 전공의 제도를 염전 노예제에 비유하곤 했다. 의과대학 정원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전공의들이 모두 나가버렸다. 다시 말하면 염전노예의 노예들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고 나간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추진하려는 '개원면허제'는 제도적으로 아예 염전노예제를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6.

다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의대생들은 충분히 희생해 왔다. 육군 일반 사병이 18개월 복무하는 동안 군의관은 38개월, 공보의는 37개월이란 긴 시간을 의과공부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 (이렇게 불평등하게 긴 복무기간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다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하니까, 젊은 의사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필수과에서 24개월 동안 임상수련의(전공의) 생활을 더 하라고 강제하려는 것이다.

 

7.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서 합리화하겠지만 결국 사회가 의대생들을 수탈(약탈)하는 또 하나의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생각없는 사람들은 "좋습니다"라고 외치겠지만, 나는 관리들의 이같은 움직임에서 "어쩌면 저렇게 후기 조선의 관리들과 비슷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는 젊은 의사들을 불의한 방법으로 수탈한다는 생각이 없을 것이다. 후기 조선의 관리들도 죄의식이 없었을 것이다. 

 

8.

아마도 결사적인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물론 국가권력이 밀어붙여서 분쇄해 버리려 하겠지만, 이 와중에서 정권이 날아갈 수도 있는 일이라고 본다. 이 모든 일들이 자유를 입에 달고 다니면서, 스스로 자유주의자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 1960년생(64세) 윤석열 대통령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다.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전체주의자가 할 법한 일이다.  동갑내기로서 나는 이렇게 무자비한 행위에 대해서 실로 부끄러움과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젊은 의사들이나 의사후보생들이 측은하지도 않는가!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한 것이 아닌가!

자식있는 사람으로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공데일리 공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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