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취임 109일만에 물러난다. 이로써 변 장관은 역대 세 번째 단명 국토부 장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서 건설교통부 시절 8대 김용채(16일), 9대 안정남(22일) 장관이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교체된 바 있다. 7대 오장섭 장관의 재임 기간은 149일이었다.
청와대는 16일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하는 등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작년 12월 29일 국토부 제5대 장관으로 취임한 변 장관은 이날로 재직 109일째를 맞았다. 통상적으로 후임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서 취임할 때까지 현 장관이 기다려 왔지만 변 장관은 후임 인선 발표날 바로 퇴임하기로 했다.
당초 변 장관은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지지율까지 위협받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책임질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특단의 공급 대책을 주도할 전문가가 국토부 수장으로 올 필요성이 대두했고, 이에 학자이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거친 '공공 디벨로퍼' 출신인 변 장관이 낙점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른 경제부처에 "변 내정자의 공급 대책에 협력하라"고 당부할 정도로 큰 기대감을 보였다. 변 장관은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본격 장관 취임 전부터 서울 등 도심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한 구상에 들어갔다.
변 장관은 취임 한 달 만에 전국에 84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2·4 대책을 내놓았다. LH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지를 고밀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공공기관이 사업 시행을 맡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새로운 개념의 도시 개발 방식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광명·시흥 등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지 조성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전국에 84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2·4 대책은 서울에서 집값이 계속 올라 '지금 아니면 내 집 마련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공포감에 주택 매수에 뛰어드는 '패닉바잉'을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공급 방안이었다.
변 장관의 2·4 대책은 민간사업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LH 등 공공기관의 역할을 크게 강조한 것이 특징이자 강점이었다. 그러나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도리어 변 장관은 LH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직전 LH 사장을 지냈던 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지난달 2일 기자회견을 열어 LH 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에서 100억원대의 땅 투기를 벌였다고 폭로하면서 일파만파 파장이 일었다. 신도시 등 신규택지 확보와 보상 등의 업무를 맡은 LH의 직원들이 오히려 땅 투기를 하고 다녔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는 지금도 정부의 전수조사와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LH를 전적으로 믿어야 하는 2·4 대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정세균 국무총리도 공식 석상에서 "변 장관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언급하며 압박했고, 결국 변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선 워낙 2·4 대책이 중요하다 보니 변 장관의 유임이 검토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고 패배 원인 중 LH 사태가 지목되면서 변 장관은 회생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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