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을 작심 비판한지 시작한지 사흘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 표명 1시간여만에 즉각 사의를 수용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를 전제로 한 중수청에 반대에 대한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윤 총장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계 진출'과 관련한 명시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전날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정계에 진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1시간여만에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검찰총장 후임 인선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시작으로 부정부패 대응 능력 약화를 부각하며 중수청 설치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전날 대구고검·지검에서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했다.
실제로 윤 총장은 입법권을 앞세운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에 제동을 걸 방법이 사실상 없어 주변에 답답함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윤 총장은 오는 7월 24일 2년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물러나는 셈이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뒤 취임한 22명의 검찰총장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 수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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