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세 유학일기 5] "로버트 섬머즈 교수를 만나다" 1. 첫 학기 첫 시간의 충격이 지나갈 즈음 학과에서 학과장 주최로 신입생환영회를 한다는 공지가 붙었다. 환영회는 학과장의 사저에서 한다고 하였다. 당시 학과장은 로버트 서머즈(Robert Summers)교수였다. 나중에 나는 그로부터 통계학을 배웠고 그의 grading assistant로도 인연을 맺은 인물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잘해주려는 열정이 넘쳤으나 미국학생들은 웬지 좋아하지 않았다. 정해준 날짜에 신입생환영파티에 참석하러 그의 집에 갔다. 그의 집은 필라근교에 수풀이 우거진 곳에 전형적인 upper middle class의 저택이었다. 2. 마당에 생맥주를 따라마실수 있는 술통과 스낵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부인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리고 몇명의 교수도 있었다. 로버트 서머즈교수는 그 아들이 로렌스 서머즈(Lawrence Summers)로 클린턴행정부때 재무장관을 하고 하바드대학 총장도 역임한 유명한 경제학자이었다. 서머즈 학과장은 그 어머니가 사무엘슨가에 시집을 가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사무엘슨을 낳고 난 뒤 남편이 죽어 서머즈가에 개가하여 로버트 서머즈를 낳은 것이다. 말하자면 폴
[이영세의 유학일기 3] "오랜 친구와 뜻밖에 만나다" 1. 이윽고 필라델피아에 도착하였다. 필라 유펜에는 내 고교 친구가 먼저 와 공부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공대 나와 금속공학을 전공하는 공학도였는데 내가 미국가기 전에 그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그곳 상황을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개학이 임박하여 국제전보로 그저 "Come to Philadelphia"라고만 보내왔다. 그래서 전혀 그곳 사정을 모른체 간 것이다. 그는 학교캠퍼스가 있는 international house란 당시 기준으로 모던한 아파트에 이미 결혼하여 살고 있었다. 그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면서 저녁을 자기 아파트에서 하자고 하였다. 나는 아직 아파트도 정하지를 않아 갈 곳도 없었다. 2. 친구 아파트에 가니 그기에 왠 낯익은 친구가 앉아있지 않은가? 깜짝 놀라 자네가 어찌 여기에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내 중고교 동기로 클럽활동을 같이 한 친구인데 서울치대를 다니다가 부인과 결혼하여 미국에 2년전 중부 어느 대학에 다니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그를 부부와 함께 친구 아파트에서 필라에서 첫날 만나다니...그는 유펜 덴탈스쿨에 입학허가를 받아 왔다는 것이다. 필라에 온 첫날 고교친구
[이영세의 유학일기 2] "1970년대 미국 도시의 실상을 보다" 1. 그러나 막상 필라델피아에 가까이 오자 미국에 대한 환상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건물 벽마다 흑인이 갈겨 쓴 낙서들이 즐비하였고 길에는 쓰레기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내가 공부하기로 된 유펜 캠퍼스에 가까이 오자 이러한 나의 실망은 절망으로 변했다. 학교주변은 슬럼이었다. 우중충한 낡디 낡은 집들에는 흑인들과 노인들만 살고 있는 듯했다. 학교 캠퍼스도 캠퍼스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길위에 낡고 낡은 학교건물만 있고 내가 상상하던 넓고 푸른 잔디위에 아름다운 건물은 찾아볼 길이 없었다. 2. 내가 미국까지 공부하러 왔는데 이런 캠퍼스에서 앞으로 몇 년간을 지내야 한다니 내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왔다 싶은 후회가 생겼다. 그제사 한국에서 어느 교수분이 내가 유펜간다고 하니까 미국에 아름다운 캠퍼스가 많은데 하필이면 슬럼에 둘러쌓인 그런 대학에 가느냐 공부도 좋지만 경치좋은데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나의 실망감은 날이 갈쑤록 더 심해졌다. 당시 필라델피아는 범죄율이 전 미국 4위가 되는 도시여서 시장이 치안을 담당하는 이탈리아계의 경찰출신이라고 하였다. 더욱 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