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2일(현지시간) 최근 북한의 잇단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과 관련해 대북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 모멘텀을 찾지 못해 양측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뤄진 탄도미사일 관련 첫 제재로,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기업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 북한 국적자 중에는 북한 국방과학원에서 일하는 인사 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다롄과 선양 등지에서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부품 조달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과학원은 북한 국방 군수공업의 '메카'로도 불리는 곳으로, 북한의 국방관련 연구와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주도할 뿐만아니라 물품과 기술 확보 등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하부 조직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2010년 8월 이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인 1명과 파르섹 LLC라는 기업 1곳은 북한의 WMD나 운반 수단 개발과 관련한 행위 및 거래에 관여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파르섹 LLC의 임원인 이 러시아인은 최소 2016년부터 2021년 기간 제재 대상에 오른 또다른 북한 국적자 1명과 항공유, 베어링 등 탄도미사일 관련 물품 조달에 협력하고, 고체 로켓 연료 혼합물 제조법을 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무부는 별도 자료에서 이 러시아인과 북한 국적자의 조달 및 공급 관계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물품과 기술 조달의 핵심 원천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번 제재에 대해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을 막고 관련 기술 확산 시도를 저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북한이 작년 9월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해 6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외교와 비핵화에 관한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금지된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재무무는 "미국은 북한과 대화, 외교를 추구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불법적 무기 프로그램이 제기한 위협도 계속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이번 제재가 북한의 계속된 확산 활동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전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대응을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행동이 제기한 위협에 대응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과 대화와 외교 추구에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협상에 관여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유엔의 모든 회원국이 북한 대응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 대상자들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이들임을 감안하면 이 두 국가가 대북 제재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을 담은 말로도 볼 수 있다.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에 있는 자산이 동결되고, 이들과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
올해 국방력 강화 전념 의지를 밝힌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고 밝히는 등 올 들어서만 두 차례 탄도미사일 시험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맞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재무부는 지난달 북한의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을 이유로 북한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 출신 리영길 국방상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당시는 미국이 국제인권의 날을 맞아 중국, 미얀마 등 다른 나라 인사들과 함께 가한 제재였다면, 이번에는 북한만을, 그리고 탄도미사일을 정면 겨냥했다는 점이 차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김경희 특파원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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