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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잇단 1년짜리 부동산 처방에 정책 신뢰 '흔들'…형평성 논란도

전세 5%내 올리면 1년 실거주 인정…올해 재계약한 경우 혜택 못받아 불만
양도세 중과 유예 추진에 "버티면 된다", "정부 정책 못믿어" 냉소도
전문가 "부동산 정책은 심리…정책 영속성·신뢰성 뒷받침돼야"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한 1년짜리 한시 부동산 처방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이 급선회하면서 정책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혜택을 받지 못한 국민들 사이에는 형평성 논란과 불만도 나오고 있다.

 

 

21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 청와대와 정부의 반대 속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법안 마련에 착수했고, 전날에는 긴급 당정회의를 거쳐 정부에 내년도 보유세 동결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는 보유세 급등으로 고통받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고 있다며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보유세 동결은 내년 공시가격이 급등해 보유세, 건보료 등 국민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양도세 한시 완화는 길어야 1년 이내, 보유세 동결 기간도 내년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1년짜리 한시 대책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도 포함됐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내년에 전월세 계약을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올린 뒤 2년간 유지하는 '상생 임대인'에게 양도세 비과세 특례 적용 요건인 '실거주 2년' 가운데 1년을 채운 것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는 2020년 7월 말부터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이 내년 하반기에 시행 2년을 맞으면서 갱신권을 소비한 전세물건이 시장에 나와 전셋값을 올릴 경우 전세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놓은 대책이다.

 

 

물론 조건은 있다.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으로 다주택자 물건은 제외되고,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여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민주거안정 목적으로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이 오히려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지고, 4년 뒤 전셋값을 감당 못 한 세입자들이 내쫓기는 상황이 예상되자 정부가 '당근'을 주고 집주인에게 전셋값을 올리지 말라고 사정하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한 부동산 카페에는 이에 대해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리는 게 양도세 비과세 요건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실거주를 인정해준다는 것이냐"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정책이 급선회하면서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당장 '상생 임대인' 제도의 경우 이달 20일부터 내년 말까지 한시 적용되면서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집주인은 혜택이 없는 것이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임대인은 "한 달 전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서 2년 계약하고 임대료도 5%만 올렸는데 그럼 내후년에 재계약이 돌아오는 집주인은 적용을 못 받는 것이냐"며 "한 달 전과 한 달 후가 무슨 차이가 있는데 차별을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도세 한시 완화 추진에 대해서도 막대한 양도세를 내고 집을 판 사람들 사이에는 소급적용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집을 매도한 한 집주인은 "보유세가 부담돼 어쩔 수 없이 올해 집 한 채를 팔았는데 정부 정책을 믿고 집을 판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며 "똑같이 소급적용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카페 등에는 양도세 중과 완화에 대해 "역시 정부 말 안 듣고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작년과 올해 빚을 내 종부세를 내고 내년부터는 막막했는데 안 팔고 갖고 있길 잘했다"는 등의 글과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대선정국 속에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매도, 매수자들이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 절벽'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료나 세금 부담이 커진 세입자나 다주택자 등을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에 임시방편에 가까운 한시 대책만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보유세만 해도 내년 세금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보유세 급등을 막겠다지만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현실화 속도는 손대지 않기로 하면서 2년 뒤 급등할 공시가격과 보유세, 건보료 등의 해결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 "잘못된 정책이라고 판단되면 공시가격을 비롯해 기초수급자 선정 기준, 건보료 등 문제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고쳐야지 땜질 처방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그동안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정권이 교체되면 바뀌겠지' 하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번 일로 같은 정부 내에서도 정책이 뒤바뀌거나 후퇴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를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단국대 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 "국민의 세금과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부 정책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면 정책 신뢰도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은 심리적 요인이 큰 데 정책을 손쉽게 바꾸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실장은 "지금 정치권에서 내놓는 한시 처방들은 애초 대책을 만들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들인데 정부와 국회가 듣지 않았던 것"이라며 "신중하면서도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부동산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주택시장은 안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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