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나라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여러 건 있으나, 이 가운데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증거와 각종 자료, 변론의 취지를 종합해볼 때 피고의 불법 행위가 인정된다"면서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며 피해를 배상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자료 액수는 원고들이 청구한 1인당 1억원 이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돼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안에 대해 재판할 권리가 우리 법원에 있다고 인정했다.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는 일본 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해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양국이 1956년 맺은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원고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두고 "감개가 무량하다"며 환영하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배상금을 강제 집행할 방법이 있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배 할머니 등이 2013년 8월 위자료를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배 할머니 등은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에 자신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위안부로 차출했다며 1인당 1억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하지만 일본 측이 한국 법원의 사건 송달 자체를 거부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원고들의 요청에 따라 법원은 2016년 1월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이후 4차례의 변론 끝에 피해자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다만 소송을 낸 배 할머니는 2014년 세상을 떠났고, 공동 원고인 김군자·김순옥·유희남 할머니 등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별세했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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