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적반하장이 도를 넘고 있다. 북한은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우선적 책임이 한국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남조선 전역을 휩쓰는 악성 바이러스로 인해 어느 때보다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점수역(NLL)에서 자기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기존 '사과' 입장을 35일 만에 뒤엎은 것은 물론, 책임을 온전히 우리 정부에 떠넘겼으며 북한을 규탄하는 야당을 향해 “남쪽에서 우리를 비방·중상하는 악담이 도를 넘고 있다”며 비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김정은 사과’로 유화 제스처를 보였던 북한이 연일 대남 비난에 열을 올리고 발뺌으로 급선회한 것은 서해 피격 사건이 국제 인권 문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해 피격 사건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총회에서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보고했고, 국제인권단체들 또한 북한의 반인륜적 행동에 대해 심각한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는 등 북한에 대한 국제적 시선이 따가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국방부도 유엔의 자료 제공 협조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북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행태는 저자세로 일관해온 정부가 초래한 것이다. 김정은의 위선적 사과에 이례적이라며 찬사를 보내기까지 한 정부의 모습에서는 북한의 책임을 추궁하고 성의있는 사태 해결을 촉구할 의사를 애초부터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는 총살당한 우리 국민을 처음부터 ‘월북자’로 몰고 갔다. 정부가 해수부 공무원의 북한 억류를 파악한 건 사살당하기 6시간 전인데도 국제 상선 통신망을 통해 북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또 시신을 불태웠다는 당초 군의 발표를 사실상 철회하고, 해경을 동원해 사실상 시신 수색 시늉에 그친 것도 북한의 책임 회피에 멍석을 깔아주고 공세로 전환할 빌미를 준 꼴이다.
북의 터무니없는 주장에도 정부는 기껏 “북한의 사실 규명과 해결을 위한 노력, 군 통신선의 우선적 연결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는 데 그쳤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린 ‘2020 DMZ 평화협력 국제포럼’에서 북한의 입장 변화와 공동조사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시에 접경지역에서의 평화와 협력이 한반도평화공존의 출발점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또다시 공허한 ‘평화적 교류’ 주장만 되뇌었다. 통일부장관의 이런 행태가 북한의 도발을 부추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에 계속 끌려가기만 하는 정부의 무(無)대책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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