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한국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행위는 국제 인권법의 핵심인 생명권 존중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재발 방지와 인권 개선 압박을 위해 유엔 안보리 회부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다국적 인권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인권 기록 조사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24일, 북한군이 한국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은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 규약이 보장하는 생명권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행태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세계인권선언 3조에 명시된 “모든 사람은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태란 겁니다.
아울러 북한이 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6조, 즉 “모든 인간은 고유한 생명의 권리를 갖고 태어나며, 이 권리는 법률로 보호받아야 하며,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생명을 박탈당하지 않는다”는 핵심 의무를 위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75차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언급했듯이, 남북한이 아직 기술적으로 전시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군의 이번 행태는 전시 중 민간인 보호에 관한 제네바 협약도 명백히 위반한다는 지적입니다. 국제법 박사인 이 단체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입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게 되면 그것에 대해 진상조사단 구성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한국 측이 요청할 수 있고, 그래서 그런 조치가 필요한 겁니다.”
전쟁 중 인도적 대우에 관해 기준을 명시한 제네바 협약은 민간인에 대한 모든 종류의 살인과 학대를 금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모욕적 행태를 금지하며 사망자 유해를 존중할 것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제네바협약과 의정서 규정에 따라 한국 정부가 국제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등 국민 보호책임을 위해 국제법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이번 사건은 “북한의 무법 행위를 보여주는 두드러진 사례”로, 이동의 자유와 더불어 “인간의 모든 권리 중 가장 신성한 궁극적 권리인 생명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This deliberate killing of South Korean officials in North Korean waters is a striking example of the lawlessness of North Korea, and a blatant violation of freedom of movement and the most sacred of all rights, the ultimate rights, the right to life. It’s a criminal action.”
또 이번 사건은 국제 보건 규범과도 직결된다며,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진상조사와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유엔총회 연설에서 코로나 대응을 위한 지역 협력을 촉구했다며, 하지만 “코로나 방역 등을 구실로 한국인을 사살해 불태운 북한 정권의 만행은 이런 협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과 도전을 제기한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유엔 난민기구(UNHCR)의 수장을 지낸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런 국경 지역의 총살 사건에 관해 해박하다며, 한국 정부가 구테흐스 총장에게 진상 조사 등 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희석 박사 등 전문가들은 또 외부인의 생명권도 이렇게 잔인하게 경시하는데 자국민인 북한 주민의 생명권은 어떻겠냐며, 이번 사건을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 실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외부인에 대해 이렇게 바로 즉결처분할 수 있는 그런 국가라면 자기 주민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 정말 소문대로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거나 중국에서 허가 없이 입국한 경우 즉결처분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번과 일맥상통하는 경우가 아닌가? 보건 정책에서 사람의 생명을 도구처럼 써 버리는 거잖아요. 이런 게 무서운 것이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앞서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주민의 생명권을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정권 유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북한 주민을 소모품으로 여긴다”고 지적했었습니다.
조사위에서 증언했던 관계자들은 앞서 VOA에 북한 정권은 수십만 명에서 최대 300만 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억 달러를 들여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완공할 정도로 주민들의 생명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한국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반인륜적 행태라고 밝힌 만큼 75차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다시 참여해 재발방지 노력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This is a very good opportunity to face reality and rejoin the resolution in the General Assembly and to add to its text. This particular violation of the right to life and right to freedom of movement, and to call it to attention..”
한국 공무원 피격 사건은 북한의 실체를 직시하고 한국 정부가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을 다시 지지하며, 결의안에 새 문구를 추가할 매우 좋은 기회”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또 유엔 안보리 회부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도 개선 압박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성사 여부를 떠나 북한 정부가 국제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을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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