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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검찰개혁, 살아있는 권력 수사 방지 목적" ... 신평 변호사 주장 ... 경찰은 앞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이다

추미애 장관은 탄핵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고,
역사의 법정에서 엄중한 죄인을 면할 수 없을 것

"검찰이 지금까지 행해온 패악도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으나, 이제 새로운 제도 하에서 경찰이 저지를 엄청난 패악은 어떻게 제대로 저항의 소리조차 내어볼 수 없을지 모른다.

검찰의 패악을 민주적으로 통제하여 이를 시정하려고 하는 것이 ‘검찰개혁’이지, 검찰을 무력화시키며 그 권한을 빼앗아 경찰에 몰아주며 경찰을 비대화시키는 것이 어찌 ‘검찰개혁’인가!"

 

[추미애 블루]  글쓴이: 신평 변호사

 

1. 

연일 언론에서는 추미애 장관 아들이 과거 카투사 복무시 받은 병가와 관련한 일들에 관해 다루고 있다. 의혹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국민여론도 심상치 않다.

 

왜 이렇게 문제가 커졌을까? 추 장관 특유의 다소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 그리고 감정기복이 심한 성격에 원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새파랗게 성난 표정으로 “소설 쓰시네!”하는 말을 국회에서 각료가 할 수 있는 말인가?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다.

 

2.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한국사회가 지금 갖는 특성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공격지향적인 ‘강박 사회’의 모습들이 이 의혹의 확대에 박혀있는 것은 아닐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너무들 강박증세에 사로잡힌 듯 상대에 대한 공격적 언동을 예사로 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별일을 다 겪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다소 무리를 범할 수도 있게 된다. 부모된 입장에서는 누구나 수긍한다. 추 장관에 관해 언론에 보도된 사실들이 대부분 진실이라고 봄에도 왠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된다. 추 장관은 차치하고, 그 아들이 입게 될 상처는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한다.

 

3.

과거 숙명여고 시험문제유출 사건에서, 아버지인 교사를 처벌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미성년의 두 딸까지 함께 기소하여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은 과도한 일이 아닐까. 한 번 생각해보자. 아버지가 빼내온 시험문제들을 딸에게 한번 풀어보라고 했을 때, 그 딸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며 아버지를 만류하도록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아이도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러지 못하고 시험문제를 받아들 것이다.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사건의 보도를 나는 애써 지나쳤다. 그에 관한 어떤 기사도 읽지 않았다. 그 애들을 생각하며 애처로운 심정에 사로잡혔다. 그들이 나중에 나이 들어, 사회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걱정이다. 지금도 나는 딸들을 법정에 세워 처벌하는 것이 ‘형벌권의 남용’이라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

 

4.

그러면 어떤 이는 “당신이 조국 교수가 딸의 대학입시 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지적하며 법무장관 후보에서 자진사퇴하도록 주장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조 교수 부부의 경우에는 그 딸을 난해한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끼워 넣고, 또 표창장 위조 등의 범행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것을 마치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내 딸도 당시 입시를 봐서, 그리고 내가 대학교수를 하고 있어서, 또 그때의 대학입시제도를 소상하고 파악하고 있어서 잘 알지만, 그 주장은 완전한 궤변이다. 그것은 심각한 위법행위이다.

 

조 교수 부부의 행위와 추 장관이 아들의 병무휴가와 관련하여 한 일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내가 조 교수의 사퇴주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 딸이 입을 상처를 생각하며 조심스레 언급을 해왔다고 약간의 변명을 하고 싶다. 이 경우에도 조 교수 부부가 잘못한 것이지 그 어린 딸애가 감당할 몫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5. 

그런데 추 장관을 아들 일보다는 장관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평가한다면, 아마 역사에 길이 남을 과오를 저질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잘못은 우선은 진보세력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것이나, 나중에는 진보의 큰 부담으로 남을 것으로 본다.

 

‘파시즘’이나 ‘파시스트’라고 하는 개념들에 지금도 인류가 몸서리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경찰은 추 장관이 생각하는 그런 조직이 아니다. 아니 권력을 쥔 쪽에서는 ‘권력의 충견’으로 경찰은 언제라도 기꺼이 목을 내밀 테니까 그런 모습을 즐길 것이다.

 

‘검찰은 악’, ‘경찰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따라 경찰에 몰아준 많은 권한들이 실제 힘없는 국민들에게 어떤 작용을 할지 고려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종결권을 가지는 수사권 그리고 방대한 정보수집 및 활용의 힘을 아울러 가지며, 경찰은 앞으로 국민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이다.

 

6.

그리고 경찰이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의 하나인 토호세력과 결탁할 때-이것은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암담한 미래가 닥쳐올 것이다. 아마 몇 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때 국민들은 이런 엉터리 제도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검찰개혁’을 외쳤는가 하며, 진보의 집권세력에 치를 떨지 않을까 한다.

 

검찰이 지금까지 행해온 패악도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으나, 이제 새로운 제도 하에서 경찰이 저지를 엄청난 패악은 어떻게 제대로 저항의 소리조차 내어볼 수 없을지 모른다. 검찰의 패악을 민주적으로 통제하여 이를 시정하려고 하는 것이 ‘검찰개혁’이지, 검찰을 무력화시키며 그 권한을 빼앗아 경찰에 몰아주며 경찰을 비대화시키는 것이 어찌 ‘검찰개혁’인가!

 

7. 

사실 ‘검찰개혁’은 조 교수 부부에 대한 수사, 울산시장 선거 수사가 시작됨과 함께 시작되었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이제 다시는 못하게 막겠다는 의도로 강화되며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돈 없고 빽 없는’ 평범한 서민들이 지게 된다.

 

다만 그래도 최근 검찰에 보완수사요구, 시정조치요구, 재수사요청 등의 권한을 남겨놓기로 했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것들이 제대로 작동하여 국민의 인권보호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8.

그리고 검찰청법 제34조에서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 규정을 무시하고 어겼다. 이 규정의 목적은 사법권의 행사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독립성’임을 감안하여, 가급적 정치적 파고(波高)가 검찰조직 안으로 넘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함이다.

 

그런데 추 장관은 특히나 정치인이다. 그가 들어와 법의 규정을 완전 무시하고, 집권당에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인사를 감행하여 검찰조직의 독립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탄핵감이다. 국회의 의석수로 보아 탄핵절차가 어려울 수 있으나, 그는 역사의 법정에서는 엄중한 죄인임을 면할 수 없다.

 

9. 

추 장관을 둘러싸고 우울한 일들이 오랫동안 계속된다. 본인도 많이 괴로울 것이다. 그가 하루라도 빨리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란다. ‘추미애 블루’를 심하게 느끼는 이들을 위하여 시를 하나 바치고 싶다.

 

■ 가을바람

서늘한 바람 가슴 한 켠

가느다란 줄 건드리면

먼 바다 갈매기 끼욱거린다

푸른 바다 파도 밑에

한 해 쌓인 시름 밀어넣고

창공을 힘차게 날아오르니

만물은 고요하게 제 자리에 있고

 

출처: 신평 변호사 페이스북, 2020. 9. 12

너그러운 햇볕 온 세상 가득하구나

 

글쓴이: 신평 변호사, (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원출처: 신평, "추미애 블루... 역사의 죄인", <신동아>, 2020.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