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배터리 1, 3위 기업인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소송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배상금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27일에는 이 소송에서 파생된 특허 관련 국내 첫 소송의 1심 선고가 예정되면서 또다시 날을 세우고 있다.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 관련 협상이 중단된 가운데 이날 나올 1심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지는 쪽은 무조건 항소한다는 입장이어서 법정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배터리 특허 관련 국내 소송 첫 판결, 진 쪽은 "무조건 항소"
현재 LG화학(이하 LG)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 벌이고 있는 법적 다툼의 핵심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미국 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건이다.
LG는 SK가 자사의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를 미국 ITC에 제소했고, ITC는 올해 2월 SK에 대해 LG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한 리뷰(재검토)를 진행중인 ITC는 오는 10월 5일 최종 결정을 내린다. 상황이 불리해진 SK가 그 전에 소송을 끝내려면 LG와 배상금 합의에 성공해야 한다.
27일 1심 선고가 예고된 소송은 SK가 지난해 10월 LG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영업비밀 침해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SK는 지난해 9월 말 LG가 미국 ITC에 영업비밀 침해와 별개로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중 대상 특허 1건이 과거 두 회사가 체결한 부제소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사가 2014년 '분리막 특허(KR 775,310)에 대해 국내외에서 더는 쟁송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는데 LG화학이 이와 동일한 미국 특허로 ITC에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부제소 합의를 파기했다는 것이다.
SK는 이에 국내 법원에 소취하 청구와 함께 LG를 상대로 합의 파기에 따른 총 10억원의 손해배상금도 청구했다.
반면 LG는 '특허독립', '속지주의' 등 원칙을 제시하며 ITC에 제기한 소송과 한국에서의 소송 대상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 소송은 일단 ITC 영업비밀 침해와는 관계가 없어 이날의 1심 결과가 10월 5일에 내려질 미국 ITC 최종 판결에 영향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1심 결과가 누구 손을 들어주든 양 사 모두 항소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ITC 배상 합의가 안 되면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도 LG는 지난해 5월 SK를 산업기술 유출 방지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형사 고소했고, SK는 지난해 6월 LG화학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하는 등 양 사의 소송전은 꼬리를 물고 있다.
◇ 교착상태 빠진 영업비밀 배상 협상…"답이 안 보인다"
국내외 소송 전에 대한 판결은 시작됐지만 미국 ITC에 제기된 영업비밀 침해 관련 두 회사의 배상 협상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이미 조기 패소 결정이 내려진 SK는 10월 5일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에 LG와 합의를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단 미국 ITC의 조기 패소 결정이 뒤집힌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ITC 최종 결정이 나오면 LG가 지난해 4월 미 연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재판이 열리고 피해액과 배상금액이 확정되는데 이때 미국 법원은 ITC 결정을 준용하는 게 보통이다.
SK가 최종 패소하면 SK는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 앞으로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가동이 중단될 공산이 크다.
SK는 포드의 전기트럭 F시리즈와 폭스바겐의 미국내 생산 전기차 배터리의 대부분을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 조달할 예정이다.
국내 또는 인근 국가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할 수도 없다.
이 경우 앞서 계약한 수주 물량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보여 SK측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양사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배상금을 둘러싼 입장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증권가 등을 통해 들려오는 양사의 요구 금액은 LG측이 수조원대, SK측은 수천억원대로 '단위'부터 다르다.
LG는 "수십 년간 쌓아온 회사의 중대한 기술을 빼가 대가도 없이 자사의 기술인양 써먹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각을 세우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
LG는 "SK측이 진정성 있게 합의에 임하지 않고 있다"며 "합리적인 합의금액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SK는 "이직한 직원이 가져왔다는 기술이 실제 사업에 활용됐는지 불명확하고, LG가 기술 침해와 피해 범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LG가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팽팽히 맞선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SK 내부에서는 "LG가 조단위의 배상금을 고집할 경우 합의를 포기하고 미국 ITC 결정과 연방법원의 판결까지 가보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펴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SK 입장에서 미국 트럼트 대통령이 자국내 일자리와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ITC 최종 결정 이후에도 SK가 공탁금을 걸고 수입 금지까지 60일의 유예기간을 벌 수도 있어 사태 해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ITC의 최종 결정까지 한 달 이상 남은 만큼 평행선인 협상이 9월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실무진의 합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양 그룹의 총수가 나서거나 정부가 간접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 문제가 조기에 타결되면 그와 관련된 파생 소송들도 조기 취하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이 협상이 결렬되면 양사의 국내외 소송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과 유럽까지 글로벌 배터리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양 사의 현명한 결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최재서 기자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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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논평: 사건의 핵심은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으로 LG화학 직원을 빼오면서 기술을 탈취한 사건입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 ICT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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