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윤 후보는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5·18민주묘역을 참배하고 고개를 숙였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자신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사과였다. 지난달 19일 해당 발언 이후 22일 만에 이뤄진 광주 방문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18분께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도착했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날씨에 윤 후보는 우산을 쓰지 않은 채 검은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긴장한 듯 굳은 표정이었다. 윤 후보의 뒤를 이용 수행실장, 이상일 공보실장, 김경진 대외협력특보 등이 뒤따랐다.
5·18 단체 관련 시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우비를 입고 추모탑 앞을 둘러싸며 윤 후보의 방문에 격렬히 항의했다. 계란이나 물병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일부는 '가짜 사과 필요없다 광주에 오지 마', '학살자 비호 국민 기만',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었다. 항의 인파 사이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윤 후보는 항의하는 시민들에 둘러싸여 추모탑을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민주의 문에서 약 170m가량 걷는 데 18분이 걸렸다.
하지만 분향과 헌화를 하는 추모탑을 37m가량 앞에 두고 참배광장에서 걸음을 멈춰야 했다. 분향소 앞에는 오월어머니회 유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윤 후보는 참배광장에 잠시 머물다 고개를 숙여 약 30초간 묵념한 뒤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흰색 A4용지를 꺼냈다. 미리 준비한 사과문이었다.
윤 후보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약 2초간 고개를 숙였다.
사과문을 읽은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항의하는 시민단체를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저분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며 "오월 영령들을 분향·참배하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협조해 주셔서 사과드리고 참배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 방문이 정치적 자작극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저는 쇼 안 한다"며 "끝이 아니라 이 마음을 계속 갖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33분간 민주묘지에 머물다 자리를 떴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 화순군 도곡면에 있는 고(故)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방문해 유족과 차담을 나눈 뒤 5·18자유공원을 찾았다.
홍 변호사 유족 측에선 차남인 홍기훈 전 의원과 5남 홍영욱 씨, 종친회장인 홍남희 씨, 사촌동생인 홍명재·홍기옥 씨가 자리했다.
판사 출신인 홍 변호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희생을 막기 위한 이른바 '죽음의 행진'에 나섰다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년 7개월간 복역한 뒤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후 광주 동구에 사무실을 열고 양심수 변론을 맡아 '긴급조치 전문 변호사'라 불리며 인권 활동과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윤 후보는 홍 변호사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인연을 언급하면서 조비오 신부의 막내 여동생과 자신도 인연이 닿아있다며, 홍 변호사와 조비오 신부의 수감 중 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홍 전 의원은 "광주전남인들은 윤 후보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힘을 내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광주를 떠나면서 윤 후보는 기자단 버스를 찾아 인사를 나눴다.
저녁에는 목포로 이동한 뒤 이광래 목포민주동우회 고문 일행과 민어회 만찬을 함께 하며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중도 실용주의, 화해와 포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동서 화합, 남북 화해 협력을 실천했고, IT 강국을 건설했다"며 "DJ 정신을 제대로 배우면 나라가 제대로 갈 것"이라고 인사했다.
윤 후보는 11일에는 전남 목포의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찾은 뒤 경남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서울·광주=연합뉴스) 이슬기 이은정 기자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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