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존슨앤드존슨의 계열사 얀센 백신으로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지원 방침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후 55만 명의 한국군 장병에게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처음 공개됐다.
한국군이 주한미군과 긴밀히 접촉하는 만큼 백신 제공은 한국 장병은 물론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논리였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자국민 우선접종 원칙을 내세운 미국에 대한 '백신 독식'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한국을 지원하면 다른 나라도 비슷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하려는 명분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 후 한국에 제공할 백신의 종류가 화이자나 모더나가 만든 백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얀센 백신은 미국 내 접종자 중 혈소판 감소 혈전증 사례가 발생한 이후 한국의 경우 30세 이상에만 접종 권고가 내려진 상태인데 한국군 장병 대다수는 30세 미만이기 때문이다.
현재 30세 이상 군 장병 중 중 90%에 가까운 11만여 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지만, 30세 미만 장병 41만여 명의 경우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후속 논의 과정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얀센 백신 제공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얀센 백신을 선택한 데는 내부적으로 아직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비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2억9천492만 회 접종이 이뤄진 가운데 화이자(1억5천941만회), 모더나(1억2천452만회) 백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얀센 백신은 1천77만회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미국 성인의 70%에 대해 최소 1회 접종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실현하려면 미국민의 선호도가 높은 이 두 백신의 물량을 비축해둘 필요가 있다.
얀센 백신에 대해 30세 이상만 접종을 허용한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별다른 나이 제한을 두지 않은 것도 얀센 백신 제공을 결정한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주한미군과 카투사 접종 시 모더나 백신과 얀센 백신을 함께 사용했고, 5천200명이 얀센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얀센 백신은 미국이 혈전증 사례 발생 후 잠시 접종을 중단했다가 접종 재개 방침이 나왔지만 접종 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미국민의 선호도가 낮은 백신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애초 55만 명 접종분의 백신을 한국에 제공하겠다고 했다가 배 수준인 101만 명 접종분으로 늘린 것도 한국 내 형성될지 모를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또 미국은 당초 현역 장병 접종을 목표로 했지만, 30세 미만 접종 금지 권고 탓에 한국과 협의 과정에서 30세 이상의 예비군, 민방위, 군 관련 종사자 접종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한국 정부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6월 말 이후부터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도 다른 나라에 지원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7월 4일까지 성인 70% 최소 1회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비축하고 있지만, 6월 말이 되면 이들 물량에도 상당한 여력이 생길 수 있어서다.
다만 이 경우 한국은 이미 얀센 백신을 지원받은 데다 '방역 선진국'이라는 평가, 해당 시점에는 공급난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예상 탓에 또다시 지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천만 회, 미국 보건당국이 승인한 백신 2천만 회 등 모두 8천만 회 접종분을 6월 말까지 다른 나라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이 사용을 승인한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이다.
미국이 아직 자국 내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캐나다와 멕시코에 지원한 사례는 있지만, 자국이 승인한 백신을 다른 나라에 제공키로 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군에 대한 백신 제공 방침 발표 이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여러 나라가 미국에 지원 요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탓에 미국이 8천만 회 접종분을 추가로 지원하더라도 직접 대상국을 선정하기보다는 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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