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동조합 가운데 한 곳의 성명서
미수로 끝난 작서(灼鼠)의변(變), 이제는 정산해야 할 시간
서울 부산을 포함한 재보궐선거가 마무리됐다. 우리는 선거결과에 관해 정치적 논평을 할 생각이 없다. 어느 정파가 이기고 지느냐가 공영방송이 운영되는데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긴 국민의힘이나 진 민주당이나 충분하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고, 앞으로도 구태를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그러나 언론, 특히 공영방송의 역할과 태도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 선거로 기억될 것이다.
민주당의 선거전략과 캠페인은 이것이 21세기의 정치환경에서 목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강하게 제기하게 만든다. 오세훈의 내곡동 의혹을 제기하는 형식과 방법 등은 구체적인 증거나 객관적인 정황 등은 하나도 없이 오로지 몇 사람의, 그것도 신뢰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증언에만 의존했고, 그럼에도 박영선은 집요하게 오세훈을 거짓말하는 정치인으로 몰아세우는 주장을 반복했다.
민주당과 박영선의 선거전략에는 현대 정치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온갖 더러운 수법이 총 동원됐는데, 굳이 비슷한 사례를 생각해보면 조선 중종 시기 발생했던 작서의 변과 비슷해보인다. 누군가의 음모로 세자 처소에 불에 지진 쥐가 발견되고, 그것을 빌미로 특정 정치세력이 다른 정치세력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축출하는, 슬픈 코미디 같은 스토리다.
객관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고, 정치적 음모에 의한 일방적인 주장과 압력을 통해 주권자(중종,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목적이 거의 동일해보인다. 합리적 주장과 판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하는 논쟁,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패배하더라도 상생할 수 있는 현대적인 정치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봉건시대의 잔재를 우리는 21세기에 다시 목격하고 있다.
민주당과 박영선의 선거전략은 또 근현대에 알려진 여러가지 선동기법, 인지조작 등의 스킬이 총 동원된 사례로 보인다. 주장하는 바가 사실이든 아니든 확신을 갖고 무한반복하면 대중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괴벨스의 선전선동 기법.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암시를 하면 코끼리만 보이듯, 오세훈이 자기가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라고 변명을 할 수록 유권자에게는 오세훈이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으로 보이게 하는 프레임 조작.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천여년 전 증자의 어머니를 놀래킨, 세사람만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삼인성호 전략 등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보인 화려한 작전은 선거기술자 집단으로서 민주당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증명하는 사례로 보인다.
우리가 얼마 전 사기꾼 집단의 특성을 논했을 때 주장했던 것처럼, 이렇게 온갖 화려한 기교를 총동원하고도 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이제 그들의 사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암시하는 지도 모른다. 문제는 공영방송 KBS가 끝물로 보이는 민주당의 저질 선거전략의 최전선에서 칼을 휘두르는 행동대원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만든 엘씨티 의혹, 서울 시장 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만든 내곡동 의혹은 모두 KBS의 보도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두 이슈 모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단서가 권력 깊숙한 곳의 이른바 뽀찌가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성질임은 이미 밝힌 바 있다. 또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는 없이 오로지 신뢰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누군가의 증언이나 주장에만 근거하고 있음 역시 명확하다.
선거 기간이 아니더라도 이런 류의 보도는 정치적으로 혹은 금전적으로 오염된 극단적인 저질 언론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것 역시 우리가 수 차례 지적한 바 있다.
KBS의 이 따위 저질보도는 민주당이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대대적으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가 됐고, 괴벨스의 무한반복 전략,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프레임 전략,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내는 삼인성호 전략의 핵심 소재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것이 만약 성공했다면 오세훈은 사약을 받은 경빈 박씨의 운명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KBS는 사실상 이번 보궐선거의 선거운동원으로 참여했고, 이번 선거보도는 공영방송은 물론 언론의 역사에도 부끄러운 사례로 길이 길이 남게 됐다.
우리는 사실 어제까지도 관련 이슈를 제기한 보도본부가 어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보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말한대로 이렇게 중차대한 이슈에 관한 보도를 객관적인 증거 없이 한다는 것은 촌지나 받고 기사 팔아먹는 사이비 기자가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전날이라도 그런 증거를 까고 오세훈의 사퇴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선거가 이미 끝나고 박영선과 김영춘이 패배를 인정한 지금까지 그런 객관적 증거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이 정말로 그런 객관적인 증거 없이 그런 보도를 자행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놀랍고도 슬프다.
작서의 변에 비유하자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KBS는 특정 정파의 사주를 받고 향후 좋은 자리를 약속받고 상소를 써주는 홍문관 모리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그리고 KBS에 의해 동원된 이른바 증인들은 언젠가 헌신짝처럼 버려질 상궁나인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정치적 희생자로 남지 않기만을 바란다. 주진우와 최진봉, 그리고 김어준은 생태탕집이 과거 도박 방조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물은 사실을 언론이 보도한 것을 두고 왜 일반인을 때리냐면서 부적절한 보도였던 것 처럼 주장하지만,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유일한 근거로서 증언의 신뢰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그 증언을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신뢰할만한 것인지를 검증하는 것 역시 언론의 역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억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그 증인들은 민주당의 선거전략에 불쏘시개로 소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KBS의 부역질과 불장난으로 또 다른 정치적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의 모든 경고, 우려에도 불구하고 KBS는 선거판에서의 언론의 역할,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전대미문의 부정적 사례를 만들면서 이번 선거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정산해야 할 시간이 왔다.
이 따위 저질 부역언론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도대체 언제 일이던가?
1988년 KBS노동조합이 설립된 이래 이 정도의 만행이 KBS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경우는 없었다. 노조의 역할에 부침이 있었다 해도, 노조의 감시가 두렵기 때문에 경영진과 간부들이 이 따위 뻔뻔한 짓을 자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에로 이번 선거에서 보였던 KBS의 노골적인 정권 부역행위 정도의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듯 하다.
과거 선배들이 전한 당시의 이야기를 기억해보면, 그 당시에 정권 부역질을 하더라도 마지못해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하물며 21세기도 한참 지난 이 시점에서 이렇게 발가벗고 정권의 가려운 곳을 정성스럽게 긁어주는 공영방송의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해겠는가?
그럼 왜 이런 일이 지금 버젓이 자행될 수 있을까? 양승동아리의 속성 자체가 부역자 집단임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노사동체라는 양승동아리의 속성이 이런 시대착오적 현상을 만들어낸다고도 볼 수 있다.
보도본부장 김종명, 통합뉴스룸국장 엄경철, 정치국제주간 박태서, 정치부장 최문호 그리고 취재기자. 그대들의 이름은 부역의 명예의 전당에 영원이 헌액될 것이다. 또한 선거 막바지에 얼렁뚱땅 인사로 어느 총국으로 화려하게 옮겨갈 생각일랑 그만두기 바란다. 그대들을 아주 거칠게 맞아줄 분노에 찬 눈동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선거기간에 자행된 모든 부역행위는 낱낱이 기록되고 공개될 것이다. 정도가 심한 내용에 대해서는 법적인, 행정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보도를, 공영방송을 정권의 이익을 위해 이렇게 팔아먹고도 그대들이 무사히 기자노릇을 이어나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