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년 수십차례 내·외부 감사를 통해 조직의 기강을 다잡으려 했지만, 직원들의 비위와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으로 LH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이 논의되는 가운데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강력한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알리오)에 공개된 LH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LH 직원들이 직무와 관련해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거액의 공사를 다수 수행하는 LH 현장에서 직원들이 '갑'으로 행세하며 뒷돈을 받는 사례는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역본부에서 다가구 임대주택 기계 시설물 유지보수공사 감독 업무를 담당한 과장급 직원 A씨는 계약 업체로부터 약 1천500만원의 금품과 양주 등을 받았다. 이에 감사실은 A씨의 해임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업체 진술에 따르면 A씨는 1년 6개월 동안 매달 월례비로 현금 50만원을 꼬박꼬박 챙기고 명절 선물로 현금 200만원과 상품권 100만원을 수수하는 등 뒷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달 한두 차례 점심은 물론 저녁 식사와 나이트클럽 접대를 받고, 부서 행사로 바다낚시를 갈 때는 업체에 양주 협찬을 요구해 100만원 상당의 양주 4병을 받기도 했다.
A씨는 계약 업체에 자격이 없는 지인의 회사를 하도급업체로 알선하고,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으며 "퇴직 후 취직이나 시켜 달라"며 본인의 취업을 청탁하기도 했다. 감사실은 총 1천32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에 대해 A씨가 부인하고 있지만, 제공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역본부 소속 B 부장은 공동주택 건설 현장의 사설 식당 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2013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3년 반 동안 50여차례에 걸쳐 3천792만원 상당의 금품 또는 향응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B 부장은 이 일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으며 처음에는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비위 사실을 인정해 법원에서 뇌물 혐의가 확정됐다.
서울지역본부의 C 차장은 지난해 10억9천500만원 규모의 LH 단지의 재도장 공사를 감독하면서 업체의 설계변경을 확인 없이 용인해 약 1억2천만원의 공사비를 과다 지급해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 C 차장은 이 공사 준공검사 과정에서 물량산출서 작성을 요구하며 업체에 자신의 지인 건축사사무소를 알선해 계약하게 하는 등 혐의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알선을 통한 수재 의혹 제보가 접수됐으나 감사실은 이 혐의는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실은 C 차장에 대해서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요구하고 부당하게 지급된 1억2천만원을 회수하라고 처분했다.
임대주택 세입자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갑질'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보고됐다. 대구경북지역본부의 부장급 직원 D씨는 자신의 관할인 임대주택의 전 임차인 회장과 저녁 자리에서 욕설 등 비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징계 처분을 받았다. D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언쟁이 벌어지자 욕설과 함께 "국민임대 살면서, 주인에게 그런 소릴 하고 있다"라거나 "세입자 데리고 놀라 하니 힘들다", "회삿돈이 내 돈이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LH는 지난해 종합감사와 공직기강감사 등 22차례 감사를 실시해 1천24건의 사건을 처분했으며 약 585억원의 원가·비용 절감을 유도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비위 등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은 33명이었고, 경고받은 직원은 179명, 주의 조치된 직원은 295명에 달했다. 작년 징계 사례를 살펴보면 업체로부터 골프접대를 받거나 허위견적서를 보고해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직무 관련 업체에 지분을 투자한 대가로 법인카드를 받아 쓰는 등 여전히 비위가 만연함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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