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에서 붙잡힌 북한 남성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바다를 통해 헤엄쳐 월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경계 시설물 관리에 대해 확인한 결과, 해당 인원이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감시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되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혀 결과적으로 '눈 뜨고 당한' 것을 인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했다"며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복수의 정부 소식통도 연합뉴스에 "전날 고성지역 해안가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이 발견된 것으로 안다"며 "북한 남성 추정 미상 인원이 착용했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비록 잠수복을 착용했다고 해도 한겨울 차가운 바다로 월남하는 것은 보통 체력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군과 정보 당국은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이 남성은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대책을 마련하여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해안 경계·감시망이 뚫린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사단장 등 해당 부대의 대대적인 문책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작년 11월 북한군 남성의 '철책 귀순'과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있었던 곳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최전방 철책을 넘어 귀순 의사를 표명한 북한 남성도 마치 '기계체조 선수'와 같은 몸놀림으로 철책을 가뿐히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북한 남성들이 보통의 상식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월남하는 것에 대해서 군 관계자들은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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