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표 반려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관련 예규 검토에 착수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법관의 의원면직 제한에 관한 예규 2조 1항 `의원면직의 제한' 조항의 해석 범위를 검토 중이다.
이 조항은 법관이 사임을 원해도 면직을 허용하지 않는 사례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 중 하나가 `검찰·경찰 및 그 밖의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수사 중임을 통보받은 때'다.
다만 같은 조 2항은 예외적으로 `공소가 제기되는 등 사정으로 법관직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공공의 신뢰를 해친다고 판단되는 때'는 면직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수사 통보받았지만 무죄 판결…면직 제한 맞나
법원행정처는 예규상 수사 통보를 받은 법관이 언제까지 사퇴할 수 없는 지에 관한 부분이 불분명하다고 보고 이에 관한 범위를 면밀히 분석·검토 중이다.
이는 김 대법원장의 사표 반려가 적절했는지에 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임 부장판사가 검찰 수사를 받았으므로 면직 제한 대상이라는 의견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예외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예규 2조 1항은 `의원면직을 허용할 수 없도록 한' 의무조항인 반면 예외를 정한 2항은 `면직을 허용할 수 있는' 임의조항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다. 임 부장판사의 면직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원칙적으로 면직 제한 대상이라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사표 반려 배경을 놓고 `여권 눈치보기'라는 비판과 사표를 수리하는 게 오히려 `정치적 판단'이라는 반론이 팽팽하다.
이 같은 해석 차이는 법원 내부망에 나란히 올라온 실명 글에서도 나타난다.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사표를 수리해 헌법상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탄핵 가능성을 봉쇄하는 게 오히려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반면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관의 직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다.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헌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라며 김 대법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 "대법원장 사퇴" vs "사퇴는 무책임"…판사 여론도 갈려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을 둘러싸고 법원 내부에서는 비판적 여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판사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이판사판'에도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애초에 기억이 나지 않았으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해야 했다"며 "이 정도로 영이 서지 않게 됐으면 대법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대법원장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사퇴 요구는 정치 공세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사퇴를 할 만큼 중대한 흠결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오히려 사퇴가 책임감이 없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락 황재하 박형빈 기자 roc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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