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을 묵인하고 국가정보원을 통해 불법사찰을 한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형량이 대폭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4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농단을 막지 못하고,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2017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이 전 특별감찰관을 사찰한 혐의로도 별도 기소돼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앞서 유죄로 인정된 대부분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이날 우 전 수석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방조'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라고 봤고, '불법사찰' 관련 혐의 중 일부만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에 총 18개 혐의 중 2개 혐의만 유죄 판단을 내린 재판부는 1심에서 총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에 비해 형을 대폭 낮췄다.
우선 우 전 수석이 안종범 전 수석과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 직무를 유기했다는 '국정농단 방조' 중 직무유기 핵심 혐의부터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안종범·최서원·미르·K스포츠재단 등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은 민정수석이었던 피고인의 직무에 속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비행·비위를 인식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 전 특별감찰관이 자신을 감찰하려 하자 경찰청장 등을 통해 직무수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도 "감찰 요건이나 절차의 적법성 등에 의문을 갖고 한 정당한 방어권 행사 등으로 볼 수 있을 뿐, 직무수행의 공정성·적정성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결했다.
이밖에 CJ E&M이 고발 대상 요건에 미달함에도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을 시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하게 직권을 남용한 혐의와 2016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으로 나가지 않은 혐의 등도 모두 무죄로 뒤집어졌다.
이날 항소심에서 우 전 수석에게 유죄로 인정된 혐의는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의 비위 정보 등을 국정원에서 사찰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 전 특별감찰관을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 2가지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했지만, 우 전 수석이 과거 구속돼 구치소에서 약 1년 동안 구금됐던 만큼 재구속하지는 않았다.
우 전 수석은 선고가 끝난 뒤 "수사 계기가 됐던 국정농단 방조 혐의가 모두 무죄로 나왔다"며 "특검과 검찰은 제가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2년 4개월 동안 대통령을 보좌한 내용 전부를 범죄로 만들어 기소했는데, 왜 그렇게 무리를 했는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일부 유죄가 유지된 부분에는 "대법원에 가서 끝까지 제 무죄를 위해서 싸울 예정"이라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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