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은 사상 초유의 미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부추긴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주요 인사들이 연이어 사임하는 가운데, 의회 일각에서는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펜스 부통령이 대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가 폭도를 선동하다” (뉴욕타임스)
“친트럼프 폭도가 미 의사당을 급습하다”(유에스에이 투데이)
“폭도가 의사당을 급습하다” (월스트리트저널)
미 주요 언론들은 7일 수 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을 강제점거한 사건을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했습니다.
이들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이번 사태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7일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를 거부하고 지지자들을 끈질기게 선동해 6일 폭도들의 의사당 공격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난동 교사의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의 직무수행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상당한 위협”이라며 “축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1월 20일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할 때까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하거나, 공화당이 대통령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도 사설에서 의사당 난입은 “수치스럽다”며 “재선을 거부당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과 미국에 주는 고별선물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설은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기까지 경찰은 필요한 만큼 무력을 동원해 질서를 회복하고, 특히 공화당은 무단침입과 폭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1940년대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의 사임을 불러온 말을 인용하며, “신의 이름으로 명하니, 떠나라”라는 말로 사설을 맺었습니다.
양원 의원들, 수정헌법 25조 발동 촉구
상원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 척 슈머 상원 대표는 7일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은 하루라도 더 재임해서는 안 된다”며 펜스 부통령과 내각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화당의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직무나 맹세는 물론 현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악몽을 끝내기 위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하원 법사위 소속 17명의 민주당 의원들도 펜스 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했습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과 승계 문제를 규정한 조항입니다. 브루킹스연구소 존 후닥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후닥 연구원] “What it essentially does is it provides a safety valve for the federal government in the event that a president is unable to discharge the powers of his office.”
후닥 연구원은 7일 VOA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연방정부가 취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정헌법 25조 4항은 부통령과 내각 과반, 혹은 의회 기구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그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각료들이 6일 밤 내각의 수정헌법 25조 발동 여부를 논의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 수정헌법 25조 발동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허크 교수] “I think this doesn’t fall within the scope of situations that the 25th amendment was intended to cover. The 25th amendment is really about incapacity, and the inability to serve in a physical or medical sense, a factor is not about the moral fitness of a President.”
시카고대학 아지즈 허크 법학교수는 6일 VOA 뉴스센터에 “이번 상황은 수정헌법 25조가 의도한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허크 교수는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도덕 의식과 관련한 것이라기 보다는 의학적, 신체적 기준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라이트 연구원] “I still think for most Republicans, they’re upset with Trump, they’re concerned about what happened yesterday, but I don’t think they’re ready to take that step. The result if it did happen is that Pence would become President for two weeks, a little but less, and then Biden would still be inaugurated at noon on the 20th.”
미국의 위기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제프리 라이트 연구원은 “대부분의 공화당원들은 트럼프를 언짢게 생각하고 어제 일어난 일을 우려하지만, 그런 조치(25조 발동)를 취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불과 2주가 안 되는 짧은 기간을 대행하고 20일 정오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후닥 연구원] “I think a lot of people are scared about what the next 13 days will be like, the final 13 days of Trump presidency. We saw yesterday the President of the U.S. invite and encourage a mob..”
브루킹스연구소의 후닥 연구원은 가능성이 낮음에도 수정헌법 발동이 논의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13일 남짓한 임기가 어떨지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폭도들을 초대하고 격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미국사회는?
이런 가운데 사상 초유의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분열된 미국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큰 과제라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연구기관인 ‘초당적 정책센터’의 제이슨 그러밋 대표입니다.
[녹취: 그러밋 대표] “in terms of what it means for our capacity to govern, I remain optimistic that the vast majority of members of Congress are there for the right reason, and given the opportunity to act in the nation’s interest they will do so. I think it is incumbent upon the President-elect to seize this moment…”
그러밋 대표는 “미국의 통치 능력과 관련해 의원들 대다수가 국익을 위해 옳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낙관한다”며 “대통령 당선인도 이번 기회를 활용해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고 그들의 경제적 곤란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여전히 견고하며 2024년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녹취: 라이트 연구원] “Elite opinion among the Republicans was totally repulsed by what happened yesterday and they’re angry with Trump about it. But the majority of the base is still aligned with Trump and probably will back him in 2024..”
유라시아그룹의 제프리 라이트 연구원은 “공화당 엘리트들은 어제 상황을 혐오하고 트럼프에 화가 났지만, 트럼프 지지 기반 대부분은 여전히 그와 연대하고 있고 2024년에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라이트 연구원은 2016년 시작된 트럼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화당 엘리트들은 트럼프의 유산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하지만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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