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을 자유 투표에 부친 배경에는 '미스터 경제민주화'라 불리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경제 3법은 법사위를 거친 상법 개정안, 정무위를 거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포괄하는 패키지 법안으로, 이날 본회의에서 여당의 주도로 모두 가결됐다.
애초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등과 함께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됐다.
재계가 이 법안들을 '기업규제 3법'이라 부르며 극렬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충분한 숙의 없이 입법을 서두른다며 우려를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신청은커녕 반대 토론에도 나서지 않고 일제히 반대표를 던지는 것으로 소극적 의사 표시를 하는 데 그쳤다.
당 안팎에서는 이날 공정경제 3법 처리에 대한 이 같은 미온적인 태도가 김 위원장의 평소 지론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경제민주화 담론의 창시자인 김 위원장은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이 법안에 신중론을 펴는 동안에도 "우리가 재벌 입장을 너무 대변할 필요는 없다"며 입법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최근 비공개회의에서는 "내가 앞에서 메시지를 내고 후속 입법 노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신속한 법안 심사를 채근하기까지 했다.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전날 민주당 최운열 전 의원과 만나 "민주당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을 빼버려서 상당히 아쉽다"고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늘 투표 참여는 100% 김종인 영향"이라며 "우리가 적극 반대했다면 민주당이 책임을 뒤집어씌웠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의 속전속결 법안 처리 과정에 갑작스레 입장을 바꿔 사실상 길을 내준 것을 놓고는 무기력한 전략적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 것 아니냐는 내부 반발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5·18 역사 왜곡 처벌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가 전격 철회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5·18 추모탑 앞에서 '무릎 사과'까지 하면서 호남 표심에 공을 들여온 마당에 호남 지역의 숙원이라 할 이 법안을 대놓고 가로막는 듯한 인상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김종인 취임 후 시작된 당 혁신의 문화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현역 의원들에게 스며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동환 기자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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