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은 중국과 갈등 중인 미국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이뤄져 관심을 받았다.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가 동맹과 함께 중국을 견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임을 의식해 미국의 주요 동맹인 한국과 미리 돈독한 관계를 다져놓으려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26일 강경화 장관과 회담 및 오찬 대화에서 미국 문제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담은 양자관계, 오찬은 한반도 이슈를 위주로 대화했고 미국은 오찬 말미 국제 정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공유한 정도라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큰 틀에서 미중관계가 바이든 신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어떻게 되기를 기대하는지에 대한 그쪽 나름의 생각에 대한 간략한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트럼프와 달리 다자주의와 국제협력을 강조해온 바이든 시대에는 미중 갈등 상황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도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이번 방한의 주요 목적이 미국 견제가 아니라 한중 협력 강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우리는 중한 외에 국제, 지역 정세를 고려해야 하지만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러 왔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면서 "외교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을 신경 썼는지 "한국도 중국도 모두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나라"라고도 했다.
왕 부장은 물론 역내 문제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중한이 방역 협력, 경제·무역 협력, 그리고 지역의 안정을 지키기 위한 협력,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력, 그리고 함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조치를 일방주의로 규정하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발언은 한국이 중국 입장을 지지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문에 따르면 왕 부장은 회담에서 "한국 측이 중한 사이에 민감한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양국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초를 지켜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어떤 문제와 관련된 발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이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경고로 읽힐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의 통상 압박 속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생산체계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맞서 주변국과 경제관계를 더 끈끈히 다지려고 하고 있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한중 양측은 코로나19와 유동적인 지역·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한중일 3국 간 협력이 더욱 긴요함을 재확인하고,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 하이난에 있는 조선인 강제징용자 집단 매장지인 '천인갱'(千人坑)의 보존 및 기념을 위한 공동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마치 한중의 밀착 가능성을 의식한 것처럼 중국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캘 브라운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6·25를 미국에 맞서 한국을 지원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규정한 중국의 역사관을 비판하며 "중국 공산당의 선전이 진실을 묻어버릴 수 없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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