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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지건설이 어쩌다…옵티머스 곳간 된 50년 전통 건설사

펀드 자금으로 기업인수 뒤 자산 빼돌려 투자금 회수
펀드 사기 차단 기회 두번 놓친 검찰…로비 의혹 수사도

 

1조원대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의 출발은 기업사냥이다.

 

국공채만큼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시중 은행금리보다 약간 높은 연 2.8%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옵티머스가 가장 먼저 손을 댄 건 자금난을 겪는 부실기업 인수였다.

 

그것도 정상적인 기업 인수가 아니라 약탈적인 '무자본 M&A'였다. 상환 기간이 짧은 펀드자금을 융통해 기업을 인수한 뒤 갖은 수단을 동원해 피인수 기업의 보유자산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해갔다.

 

옵티머스펀드의 첫 투자 대상이자 대표적인 먹잇감은 한때 중견 건설사로 명성을 쌓았던 성지건설이다.

◇ 옵티머스펀드 자금으로 성지건설 인수

 

성지건설은 1969년 설립된 우리나라 1세대 건설사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을 시공하기도 했다.

 

1995년 코스피에 상장됐을 만큼 건실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빠져 회생절차를 거치고 여러 번 최대 주주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성지건설이 옵티머스의 표적이 된 건 2017년 2월이다.

 

옵티머스의 2대 주주로 현재 구속기소 된 이동열 이사가 대표인 엠지비파트너스는 당시부터 성지건설 전환사채와 주식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된 뒤 250억원의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렸다.

 

이때 인수자금은 대부분 옵티머스펀드에서 충당했다. 펀드 자금은 대부디케이이엠씨 등 옵티머스 관계사들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된 뒤 트러스트올 등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엠지비파트너스로 넘어갔다

 

옵티머스펀드의 최초 투자자로 알려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총 1천6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중 상당액이 성지건설 인수에 사용됐다.

 

 

◇ 경영권 장악후 투자·대여 명목으로 투자금 회수

 

옵티머스는 엠지비파트너스를 통해 성지건설을 인수해 경영권을 장악한 뒤 곧바로 투자금을 전액 회수해 갔다. 성지건설이 보유한 자산을 투자·대여 명목으로 빼낸 것이다.

 

성지건설은 피인수 후 옵티머스펀드에 285억원을 투자했다. 2017년 엠지비파트너스가 성지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납입한 250억원은 성지건설이 옵티머스 관계사에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되가져갔다.

 

옵티머스가 11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할 때 성지건설이 약속어음을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성지건설은 엠지비파트너스, 골든코어 등 옵티머스 관계사에 빌려준 돈을 특별한 이유 없이 회수하지 않고 대손 처리하기도 했다.

 

성지건설은 용인역삼지구 개발사업이나 봉현물류단지 사업 등 옵티머스가 추진했던 부동산개발 사업에도 동원됐다.

 

성지건설은 이러한 변칙적 자금 흐름이 외부회계법인에 의해 드러나면서 감사의견 거절로 2018년 10월 상장 폐지됐다.

 

성지건설의 총자본은 2017년 말 527억원에서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진 올 6월 말 현재 286억원으로 줄었다.

 

 

◇ 펀드사기 조기 차단 기회 두번 놓친 검찰

 

성지건설은 옵티머스 펀드사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회사자산이 유출되고 펀드 투자처가 된 개발사업에 동원된 것은 물론 매출채권을 위조해 펀드 투자자들을 속이는 데 직접 가담하기도 했다.

 

2018년 성지건설의 상장폐지를 계기로 옵티머스 펀드사기 행각이 드러나는 듯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특별감사를 받은 전파진흥원이 그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 옵티머스 경영진을 펀드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같은 해 12월엔 성지건설의 자금을 빼돌린 최대 주주 엠지비파트너스 경영진이 서울남부지검에 수사의뢰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의뢰 7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전파진흥원의 재산상 손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0월 박준탁 엠지비파트너스 대표와 옵티머스 경영진 4인방 중 한 명인 유모 스킨앤스킨 고문, 성지건설의 이모 대표이사를 기소했으나, 펀드 사기 부분은 수사하지 않았다.

 

성지건설 상장 폐지 당시 1천억원 안팎이었던 옵티머스 펀드사기 규모는 이후 아무런 제약없이 지속된 펀드 영업 탓에 5천억원대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터진 올 6월까지 1년8개월 사이 1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 때문에 펀드사기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던 두 번의 기회를 검찰의 안일한 수사로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검찰 수사 무마에 옵티머스의 고문으로 위촉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옵티머스의 간판 로비스트로 알려진 신모씨 등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옵티머스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11/07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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