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곳곳에서 폭력 사태가 빚어졌다.
2일 CNN방송과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전국에서 막판 차량 선거운동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유권자들과 충돌했다.
일부 주들은 선거 직후 발생할 소요사태를 우려해 벌써 주방위군을 배치하기 시작했고, 백악관 주변에도 높은 울타리가 쳐질 예상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 최루액 분사·계란 투척·총격…격해지는 지지자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1일 남부 연합 상징물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인근에서 차량 선거 운동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총기를 동원해 반(反) 트럼프 유권자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반트럼프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리 장군 동상에 접근하려 하자 이를 막아섰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차돼있던 빈 차량을 향해 총을 쏘고 일부 행인에게 호신용 최루액을 분사했다.
경찰은 다행히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사건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나 사진이 있으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캔자스주 노스토피카에서는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남성이 자신의 집 앞 잔디밭에 설치돼있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 팻말을 3명의 남성이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에게 총을 발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총격으로 1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 2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사건을 수사 중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원 등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또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흑인 거주지역 마린시티에는 지난 1일 친(親) 트럼프 시위대 1천여 명이 200∼300대 차량을 몰고 들어와 현지 주민들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쏟아냈다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이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화가 난 흑인 여성이 트럼프 지지자 차량을 향해 계란을 집어 던지는 장면도 올라왔다.
현지 주민 앨런 피어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흑인 커뮤니티에 의도적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탈레반 같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1일 뉴욕, 뉴저지, 콜로라도 등에서 차량을 몰고 나와 고속도로와 다리를 폐쇄했다.
이들은 트럼프 캠프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쓴 채 깃발을 흔들고 경적을 울렸다.
이 시위로 뉴욕 화이트스톤 다리와 마리오 쿠오모 다리, 뉴저지 가든 스테이트 파크웨이, 콜로라도 470번 고속도로가 마비됐다.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 칼럼니스트 러네이 그레이엄은 트위터에 친트럼프 차량 시위대와 이슬람국가 테러리스트의 차량 행진 사진을 함께 올려 "(두 집단 사이에) 차이점이 보이는가. 나 역시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일부지역 주방위군 대기…트럼프 폭동진압법 발효하나
폭력 사태가 선거 직후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일부 주에선 미리 주방위군 배치 태세에 나섰다.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3일 선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비해 주방위군 1천 명에게 대기명령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역시 주방위군 1천 명을 주요 도시에 파견해 폭력 사태 방지에 나섰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국내 영토에서 치안 활동을 할 수 있는 군병력은 주 방위군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후로 '폭동 진압법'(Insurrection Act)을 발효해 육군과 해병대 등을 자국민 진압에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07년 제정된 폭동진압법이 발효되면 각 주의 요청이 없어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치안 유지를 위해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후 시위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해 군 병력을 투입할 경우 마땅히 견제할 법적 장치도 없는 상황이다.
그는 올해 여름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 사태 때도 폭동진압법 발효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 경찰, 수도 치안에 총력…시위 진앙지 포틀랜드는 무장충돌 대비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날 밤을 지지자들과 백악관에서 보낼 계획으로 전해진 가운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악관 주변에도 높은 울타리가 쳐지고 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경찰은 주 방위군 250여명도 근처에서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울타리는 올여름 인종차별 항의 시위 격화에 따라 백악관 주변에 설치됐던 것과 같은 종류다.
워싱턴DC 치안 당국은 선거 결과가 즉각 나오지 않을 경우 빚어질 혼란에 대비해 백악관 인근뿐 아니라 도시 전역의 경비도 강화할 방침이다.
워싱턴DC 경찰 당국자는 최근 CNN에 "선거 승리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수도 전체에 상당한 경찰력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계속된 인종차별 항의시위로 미국의 '이념 전쟁터'가 된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곳에선 지난 8월 우익단체 소속원이 좌파 시위대의 총격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연방수사국(FBI) 당국자는 "대립하는 집단 간 무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상점들, 폭동 우려에 비상…유리창 막기 등 대응책 부심
미 전역의 상점들도 유리창을 가림판으로 막는 등 선거 직후 혼란에 대비하고 있다.
올여름 인종차별 항의 시위 당시 일부에서 대규모 방화와 약탈이 벌어진 바 있어 비슷한 상황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은 선거 당일 전국 매장 350여 곳의 유리창을 막고 경비요원을 추가 고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석업체 티파니 앤드 컴퍼니도 "주요 도시의 일부 매점에는 선거 관련 사태에 대비해 가림판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약국 체인 CVS도 일부 매점에 가림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전했고, 유통체인 타깃과 의류브랜드 갭 역시 선거날에 대비해 안전조처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미소매협회(NRF)는 최근 경비 강화 관련 화상 회의를 주최하기도 했다. 회의에는 60개 소매업체 소속 120여명이 참여해 충돌사태에 대응하는 훈련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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