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세 유학일기 8] "유펜 한국유학생에 대하여ㅡ"
유펜에는 한국유학생이 상당수 있었다. 대학원에는 거의 대부분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로 약20여명 있었고 학부에는 이민온 교포자제분들과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학원에 온 유학생은 주로 학교장학금이나 어느 기관의 장학금을 받아온 유학생이거나 아니면 자비유학생이었다. 자비유학생의 경우 당시 비싼 사립대학에 보낼 정도로 유복한 학생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부인이 현지에서 일을 하여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 와이프 스칼라십을 받는다고 농담삼아 얘기했다.
1.
학부유학생 중 이민온 교포자제들은 서울에서 온 유학생과 잘 어울리지 않아 인원파악이 안되었다. 서울에서 학부로 바로 온 유학생은 집안이 아주 유복하거나 고위층의 자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시에도 외무부장관 아들, 한진그룹 조카, 대기업오너 자제 등이 있었고 인근 대학에는 국회의원 딸 등 권문세가 자제가 많았다.
인근학교로는 커티스(Curtis)음대가 있어 당시 정경화, 강동석바이올리니스트가 있었다. 미국학생들도 상위중산층의 자제가 많아 자연히 유학생의 분위기는 보수적이었다.
2.
나는 앞서 말한 고교동기가 두 명이나 있어 아주 편한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특히 공대 K박사는 자기가 사는 I-House에 주말이면 불러 식사대접을 하면서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나누었다. 그 부인은 아주 활달한 성격으로 마음이 넉넉하여 본인이 일을 하는 어려운 가운데 시간을 내어 우리를 대접하며 잘 어울려 지금도 그 고마움을 잊을수가 없다.
또 치대다니는 친구의 부인도 혼자 유학하는 나를 위해 수업을 하고 돌아오면 아파트 방과 부엌을 깨끗이 청소해주는 등 배려를 해주어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치대다니는 친구는 그 부친이 대법원판사를 역임하신 집안인데도 와이프스칼라십을 받아 고생스럽게 공부하면서도 친구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3.
또한 미국생활에도 밝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번은 방학때 미국동남부로 여행을 같이 다녔는데 하루는 퇴역한 미해군제독 집에 초대받아갔다. 호수를 끼고 있는 저택에는 미국상류층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수 있었다. 나에게는 벅찬 경험이었는데 친구는 그 제독과 절친한 사이같았다.(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