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도자들이 유엔이 제정한 `국제 민주주의의 날’(9월15일)을 맞아 개인의 자유와 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각종 보고서에서 수 십 년째 최악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에게 인터넷 등 자유로운 정보 접근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8일 발간된 세라 허커비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의 회고록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 남부 도시 마이애미를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2018년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미국프로농구 NBA를 좋아하고 ‘마이애미 히트’ 팀의 열혈팬”으로, 마이애미에 오고 싶다고 직접 말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의 미 프로농구 사랑은 전 NBA 스타였던 데니스 로드맨의 방북을 통해 이미 세상에 알려졌지만, 전 세계 거의 10억 인구가 시청하는 NBA를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만 볼 수 있습니다.
북한군 체육부대에서 복무하다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 청년 한설송 씨는 15일 VOA에, 북한에 있을 때는 그런 것이 당연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설송 씨] “NBA뿐만이 아닙니다. 김정은은 북한에서 볼 것 다 보지 않습니까? 주민들은 못 보게 하고 자기는 볼 것 보고. 그런 것에 대해 당연히 화가 나고 그런데,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항시 북한이 갖고 있는 문제니까.”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 지도자들은 15일 제13회 `국제 민주주의 날’을 맞아 권력층과 일반 국민 사이에 더욱 벌어지는 자유와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디지털과 교육, 보건, 사회적 보호에 대한 불평등 문제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그테흐스 총장] “Today, it is clear that Governments must do more to listen to people demanding change, open new channels for dialogue and respect freedom of peaceful assembly.”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과 개인의 의사결정 참여, 전염병 대응에 대한 책임을 보장하는 게 필수지만, 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취약한 나라들에서는 이런 장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겁니다.
폼페오 미 국무장관도 성명에서 “민주주의는 법치를 존중하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모든 사람의 자유와 존엄, 평등을 존중한다”며, 그러나 권위주의 국가들은 “공중보건이 아닌 자신들의 권력 보호가 우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폼페오 장관] “Their first priority is not public health, but the protection of their own power. They refuse to answer hard questions. They sow disinformation, scapegoat vulnerable groups, expand mass surveillance, and suspend the rule of law. People suffer when their leaders are accountable only to themselves or to the parties they control.”
권위주의 정부들은 가짜 정보를 퍼트리고 취약계층을 희생양으로 삼으며 국민에 대한 감시를 대대적으로 확대해 국민이 고통받는다는 겁니다.
국제 민간단체들은 전 세계 민주주의 상황을 평가하는 연례 보고서에서 수 십 년째 북한을 최악의 민주주의 국가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시사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올해 초 발표한 연례 민주주의 지수에서 16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북한이 15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도 올해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은 정치적 자유와 시민적 자유 점수가 모두 최하위로, 40년 넘게 “최악 중 최악”의 국가로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에이미 슬리포위츠 선임연구원은 앞서 VOA에, 북한이 전체주의 독재국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상황이 계속 최악이라며, “주민들의 권리에 대해 조직적이고 중대한 침해가 광범위하게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슬리포위츠 연구원] “This is because North Korea is and continues to be a totalitarian dictatorship. There are widespread grave and systematic violations against people's rights.”
한국 등 자유세계에 정착한 탈북 청년들은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만 즐기고 주민들은 누릴 수 없는 불평등의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에 파견 중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나민희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평양여자나민희’ 채널에서 이런 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습니다.
[녹취: 나민희 씨] “유럽에서 봉제공장 노동자로 일할 때 외국인들을 보면서 자유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내 생각을 말할 자유, 직업을 선택할 자유, 외국인을 친구로 둘 자유,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자유, 밤새 클럽에서 뛰어놀 자유,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자유, 듣고 싶은 노래나 영화를 마음껏 보고 들을 자유, 불의에 대해 참지 않고 비판할 자유 이 모든 것이 북한에는 왜 없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죠. 그동안 내가 누렸던 자유는 무엇이었을까?”
북한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소속(당과 국가, 조직)의 의무보다 아래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겁니다.
한국 대학에 재학 중인 한설송 씨는 북한과 외부 세계의 민주주의 차이를 이렇게 말합니다.
[녹취: 한설송 씨] “민주주의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고 그것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 책임이 없으면 나태해지죠. 북한에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책임이 아닌 국가를 위한 책임, 국가를 위한 민주주의죠. 말로는 민주주의라고 외치지만,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란 구호처럼 온 전체가 하나를 위해 산다는 거죠. 그것이 북한식 민주주의 실태를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무실에 미국 업체인 ‘애플’사의 다양한 컴퓨터 제품을 보유한 채 인터넷을 즐기지만, 정작 주민들은 현대 세계의 필수품인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북한식 민주주의의 모순으로 지적됩니다.
영국과 캐나다의 미디어 분석업체들이 올 초 공동 발표한 ‘2020 디지털: 국제 현황”보고서에서 북한은 세계에서 주민들의 인터넷 사용을 금지한 유일한 나라로 꼽혔고,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 이용률도 전무해 조사 대상 212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구독자가 200만 명에 달하는 국제 유튜버 드류 브린스키 씨는 최근 시카고에 정착한 탈북 난민 에블린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브린스키/에블린] “you didn’t have internet, so how did you know what’s happening in the world?” “I didn’t know. Nothing…I feel really really bad because,”
에블린 씨는 북한에 있을 때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며, 북한 주민들은 세상에 대해 알 권리가 있지만, 인터넷도 사용하지 못한 채 고립돼 있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반인도범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ICNK) 권은경 사무국장은 체제 유지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장기간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권은경 국장] “체제에 위협이 되는 의문을 품을까 봐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더 넓은 지식과 더 깊은 지혜를 줄 수 없는 거죠. 체제 유지가 가장 큰 목적인 거죠. 그래서 김정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농구를 즐길 수 있고, 북한 주민들은 전혀 외국도 못 나가고 외국에서 만드는 교양있는 기록영화조차 볼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겁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에게 다양한 외부 정보를 대대적으로 보내, 주민들의 민주 의식을 깨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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