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4 (수)

  • 구름조금동두천 34.2℃
  • 구름조금강릉 31.3℃
  • 구름많음서울 33.3℃
  • 맑음대전 33.1℃
  • 구름많음대구 32.1℃
  • 구름많음울산 30.0℃
  • 구름조금광주 32.9℃
  • 구름조금부산 32.7℃
  • 구름조금고창 33.3℃
  • 흐림제주 29.5℃
  • 구름조금강화 32.0℃
  • 맑음보은 31.3℃
  • 맑음금산 33.8℃
  • 맑음강진군 33.4℃
  • 흐림경주시 30.9℃
  • 구름조금거제 33.2℃
기상청 제공

칼럼

[이영세의 유학일기 4] "전쟁은 시작되었다"

하루 저녁에 평균 2개 페이퍼를 소화할수 있을 정도,
미국오니 나의 존재가 별 것이 아니다라는 자괴감

[이영세 유학일기 4] "전쟁은 시작되었다"

 

1.

드디어 9월2일 첫 학기 첫 시간이 시작되었다. 첫 학기에는 거시경제(macroeconomics), 미시경제(microeconomics), 선형대수(linear algebra) 세 과목을 신청하였다. 모두 필수라서 다른 선택여지도 없었고 그것이 선수과목이라 다른 과목을 들을 수도 없었다. 단지 미적분학(calculus)도 필수였지만 면제시험이 있어 합격하여 면제되었다.

 

거시경제 첫 시간에 숨죽이고 제일 앞줄에 앉아 있었는데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장발에 부르진을 입고 샌달을 신고 티셔츠차림의 키큰 젊은 남자가 교단에 올라오지 않는가? 나는 순간 문화충격을 받았다.

 

2. 

한국서는 장발족은 길거리에서 잡혀 머리를 깍이는 나라인데 미국서는 교수가 장발을 하고 있다니...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편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것이 자유의 나라 미국이 아닌가라는...교수는 제르 베르만(Jerre Behrman)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였다. 그리고 출석을 불렀다.

 

강의실에 35명의 학생이 앉아 있었는데 반은 미국인, 반은 아시아, 남미, 유럽, 아프리카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각국에서 온 인종전시장처럼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인종이 불과 35명의 클라스에 모두 섞여 있는 것이다.

 

3.

제일 앞줄에는 일본 남학생, 태국여학생 2명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일본학생과는 금방 친해졌다. 그 친구나 내나 영어를 당시 잘 못하였지만 한자로 서로 의사소통이 되어 금방 친해졌다. 나는 서울대라면 최고 대학이라는 우물안 개구리식의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미국오니 나의 존재가 별 것이 아니다라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태국에서 온 여학생은 학부를 미국언더에서 하고 와서 영어도 잘 하였다. 나는 남자로서 자존심과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이 훼손되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없었다.

 

 

그 여학생은 교수가 말하는 것을 열심히 받아 적는데 나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간간이 들려오는 단편적인 단어와 칠판에 적힌 수식을 연결해서 짐작만 할 따름이었다. 90분 강의를 듣고 난 나는 일종의 위기감이 들었다.

 

4.

옆에 있는 일본학생에게 강의가 어떻드냐고 물어보니 그는 일본서 대학원 석사를 하고 와서 다 아는 내용이라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그는 일본서 공부한 노트를 펴놓고 있었다. 나는 교수가 나누어 준 리딩리스트를 무조건 다 읽고 예습을 해오기로 하였다.

 

리딩리스트에는 중요도에 따라 별 한개 두개로 등급을 매겨놓았는데 관계없이 다 읽어야겠다고 작정하고 그날부터 도서관에 붙박이가 되었다. 미시경제도 히어링이 역시 잘 되지는 않았지만 내용상 수준이 그렇게 어려운 과목이 아니었다.

 

5.

그러나 선형대수는 사정이 전혀 달랐다. 한국에서 전혀 접해보지 못한 수학과목인데 개념이 처음 공부하는 학생에게 쉽지 않았다. 도서관은 사회과학도서관이 따로 있었다. 작은 광장을 끼고 마주보는 곳에 main library가 있고 도서관안에 휴게실이 있어 쉬는 시간에 벤딩머신에서 커피를 꺼내 마실수 있었다.

 

학교강의가 끝나면 무조건 도서관을 향하였다.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난 뒤에도 밤 11시30분 closing bell이 울릴 때까지 앉아 페이퍼를 읽었다. 경제학 관련 페이퍼는 주로 수학이나 그라프로 설명되어 있어 정독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하루 저녁에 평균 2개 페이퍼를 소화할수 있을 정도였다. 전쟁은 시작되었다(다음에 계속)

- 글쓴이: 이영세 박사(전 서강대 교수, 펜실베니아대 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