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1 (토)

  • 흐림동두천 25.4℃
  • 흐림강릉 27.3℃
  • 흐림서울 27.2℃
  • 대전 24.8℃
  • 대구 26.7℃
  • 흐림울산 29.3℃
  • 광주 26.3℃
  • 흐림부산 29.7℃
  • 흐림고창 26.9℃
  • 제주 27.1℃
  • 흐림강화 26.4℃
  • 흐림보은 25.3℃
  • 흐림금산 25.2℃
  • 흐림강진군 25.7℃
  • 흐림경주시 27.9℃
  • 흐림거제 29.0℃
기상청 제공

칼럼

[이영세의 유학일기 1] "1972년에 유펜으로 유학길에 오르다"

유학갈 당시 우리나라는 제일 높은 건물이라야 8층 반도호텔이 기껏,
난생 처음 나가는 외국이었고 비행기도 처음 타보아 그 때의 흥분이 지금도

 

* 서강대 교수를 지냈고, 1972년에 펜실베니아대에서 유학했던 이영세 박사님의 유학기를 싣습니다. 1970년대 미국 유학 시절의 단면을 이해함과 아울러 한 개인의 유학기를 통해 통해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영세의 유학일기 1]  "1972년 유펜으로 유학길에 오르다"

 

1. 

코로나19와 장마가 오래 계속되니 자연 옛날 생각들이 자꾸난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유학시절이 제일 행복했던 것같다. 꿈이 있었고 장래 무언가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같은 희망과 자신감이 넘칠 때였다.

 

나는 1972년 내 나이 26세때 미국 유학을 갈 행운을 가졌다. 당시 김포공항에서 많은 친지들이 전송나온 가운데 보잉727을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바니아대학 대학원에 입학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도쿄ㅡ하와이ㅡ로스엔젤리스ㅡ뉴욕ㅡ필라델피아를 경유하는 긴 여정에 오른 것이다. 난생 처음 나가는 외국이었고 비행기도 처음 타보아 그 때의 흥분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었다.

 

2. 

내 옆에 머리기름이 반지르르한 깔끔한 일본 중년신사가 앉아 있었다. 일본상사의 중역이라고 했다. 날더러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미국 유학가는 길이라고 하니 그 사람은 "It will be a good experience for you"라고 하였다.

 

도쿄 하네다공항에서는 머리를 길게 기른 미국 대학생이 탔다. Robert Noonan이라며 USC학생이라고 했다. 방학때 일본클라스메이트가 자기를 초청하여 일본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일본이 너무나 좋았다라고하면서 자못 황홀한 표정이었다.

 

도쿄를 떠나 본격적으로 태평양 상공을 뱅기가 날라가는데 뱅기에서 내려다본 태평양이 그야말로 평화스러워 보였다. 호놀루루공항서는 승무원이 전원 교체가 되고 승객이 공항에서 1시간여 대기했다가 다시 탑승하였는데 여권과 비상금을 좌석에 놓고 내려 불안해 했던 기억이 난다.

 

3.

이윽고 LA공항에 접근하면서 내려다보인 캘리포니아해변은 바닷물이 너무나 깨끗하여 바다밑 모래가 투명하게 보이고 멀리서 서핑하는 해수욕객의 모습이 신기하고 평화스러워 보였다.

 

공항에는 내 작은아버지 친구분이 마중을 나오셨다. 일찍 미국 이민을 가셔서 정착을 하신 분으로 나를 LA서 뉴욕까지 동반해 주셨다. 미국대륙을 횡단하는 뱅기는 보잉747로 당시 점보비행기라고 불리는 엄청 큰 뱅기였다. 지금은 국내선에서도 747이 뜨지만 당시는 축구장만한 뱅기가 하늘을 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였다.

 

동행하는 교포아저씨는 나에게 미국은 두 가지면에서 대단한 나라라고 말씀하셨다. 첫째 미국인은 Think big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즉 당시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인 empire state building을 짓기 위해 미리 머리 속에 먼저 크게 구상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인은 직선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미국주 경계선도 직선이 많고 도시도 바둑판처럼 직선이고 인간관계도 친구면 친구고 적이면 적이지 중간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인은 매우 효율을 중시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제일 높은 건물이라야 8층 반도호텔이 기껏이었고 초가삼간이 많이 있던 시절이었고 길도 꼬불꼬불한 오솔길이 많아 그 분의 말씀이 설득력있게 다가와 아직도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

 

4.

뉴욕에서 그분과 Waldorf Astoria Hotel에서 일박을 하였는데 이 호텔은 외국원수들이 뉴욕방문하면 주로 숙박하는 호텔이라 하셨다. 당시 박정희대통령도 미국방문했을 때 여기서 숙박하였다고 하시면서 이런데서도 한번 자봐야 한다고 동숙을 한 것이다.

 

25층되는 객실에서 내려다본 맨하탄의 거리는 사람들이 마치 개미처럼보였다. 나는 서울서 대학생활할 때 주로 하숙집에서 기거를 하였는데 미국오자마자 국가원수들이 잔다는 뉴욕최고급호텔에서 일박을 하다니 꿈만 같았다.

 

다음날 그분은 나를 필라델피아가는 그레이하운드 스테이션에 데려다 주시며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부하셨다. 필라델피아로 가는 New Jersey Turnpike는 10차선 고속도로로써 그기서 바라다보이는 맨하탄의 마천루는 마치 크다란 산과 같이 나를 압도하였다. 과연 미국은 대단한 나라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다음에 계속...)

- 글쓴이: 이영세 박사(전 서강대 교수, 펜실베니아대 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