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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세대 앞을 내다보라"…환경보호와 동행한 60년 경영철학

"필요하지 않다면 이 재킷 사지 마라
옷 만들 때마다 환경 파괴된다"
아웃도어 의류 기업의 괴짜 광고에
'가치 소비' 외치는 밀레니엄 세대 열광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지음 / 이영래 옮김 / 라이팅하우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업계에서 독특한 기업으로 통한다. 미국에서 1년 중 가장 큰 세일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 때 뉴욕타임스에 실은 광고를 보면 된다. 이 회사는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이같이 광고했다. “필요하지 않다면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파타고니아가 내세운 이유는 “옷을 만들 때마다 환경이 파괴된다”는 것이었다. 재킷을 한 장 제조하기 위해선 목화 생산을 위해 물 135L가 필요하다. 재킷의 60%는 재활용 소재를 이용했지만 그래도 탄소 20파운드가 배출된다. 재킷을 오래 입다가 버려도 이 중 3분의 2는 쓰레기가 된다. 의류기업이 이런 언급을 한 건 처음이었다.

《파타고니아》는 이 괴짜 의류회사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쓴 책이다. 쉬나드는 유명한 등반가이자 환경운동가다. 그는 “7세대 앞을 내다보고 유지할 수 있는 속도로 성장하라”고 역설한다. 지구가 지속돼야 기업도 경영을 계속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이 같은 환경철학을 기업 정체성으로 삼았다.

 

저자는 파타고니아가 마케팅을 염두에 둔 환경보호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이 환경보호와 동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덕분에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엄 세대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됐다. 경영과 제품에 담긴 환경보호에 대한 진정성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이끌어냈다.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아웃도어업계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은 이유다.

저자는 기업과 소비자, 각계각층 인사들의 환경보호 동참을 호소하며 7세대 이후를 내다볼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 책은 8개 분야 철학으로 구성돼 있다. 제품디자인, 생산, 유통, 마케팅, 재무, 인사, 경영, 그리고 환경이다. 앞부분은 파타고니아의 역사가 소개돼 있다. 파타고니아와 저자의 성장사에 관심이 있다면 소책자를 읽는 기분으로 134쪽까지만 읽어도 된다. 뒷마당 귀퉁이의 낡은 대장간에서 세계 최고 아웃도어기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문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의 명료한 생사관이다. 그는 “한 세기의 4분의 3에 이르는 세월 동안 갖가지 위험한 일을 해 오면서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을 수없이 했기 때문에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한다. 이 같은 믿음이 저자에게 지구 환경과 제품 간 연관성을 고민하게 했을 것이다.

135쪽부터 본격적인 기업경영 철학이 쓰여 있다. 모든 것이 역동적이고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대에 철학이 유효할까. 저자는 단호하게 답한다. “우리의 철학은 규칙이 아니라 지침이다.” 파타고니아는 단순하고도 지키기 어려운 이 철학으로 사업적 성공과 환경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 모두를 실현해 왔다.

 

오래 지속되는 기업에선 사업 영위방법이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 다만 가치관과 문화, 철학은 변함없이 유지돼야 한다는 게 저자가 갖고 있는 믿음이다. 60년 동안 사업을 해 온 사람의 경험을 듬뿍 흡수할 수 있는 책이다.

 

공병호 (gongjeb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