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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종인 퇴진' 본인만 몰랐다?…尹 '선대위 개편' 막전막후

尹 회견 직전 전화 "계속 모시지 못해 죄송"…金 "알았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대혼돈 상황이 5일 윤석열 대선후보의 '결단'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윤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결별과 기존 매머드 선대위의 해체, 실무형 선거대책본부 재구성 등을 통해 '새판짜기'를 하면서다.

 

그러나 선대위 전면 해체와 재구성에 이르기까지 사흘간 윤 후보와 후보측, 김종인 전 위원장, 윤 후보 측과의 갈등 상황이 지속돼온 이준석 대표 간의 공개적인 또는 막후에서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번 대혼돈의 신호탄은 '킹메이커'로 불리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쏘아 올렸다.

 

지난 3일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의 전면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윤 후보와의 충분한 교감 없이 김 전 위원장의 일방적인 발표였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커졌다. '후보 패싱'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국거래소 신년 개장식에 참석했던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발언 소식을 접하고 이후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당일 오후 당사에서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체하며 시작한 '대책 회의'는 늦은 오후까지 이어졌고, 윤 후보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침묵을 지키며 저녁 6시께 당사를 떠났다.

 

이런 와중에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演技)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더욱 격앙됐다.

 

윤 후보 주변에서 '쿠데타' 등 격앙된 발언이 쏟아졌고, 양측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대위 명의로 김 전 위원장을 포함한 '일괄 사의 표명'을 공지했다가, 김 전 위원장이 언론에 이를 부인하며 또 다른 잡음이 일었다. 실무적 해프닝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당 안팎에서는 둘 사이 결별이 임박했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윤 후보 전날(4일)까지도 자택에 칩거하며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후보측 주변에서는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싸잡아 '비토'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재선과 중진급을 중심으로 모임이 이어지며 '상왕 논란'에 대한 성토 분위기가 격화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것은 같은 날 저녁부터였다. 윤 후보가 '김종인 배제'로 요약되는 선대위 해산 결심을 굳힌 시기로 파악된다. 삼고초려에 가까웠던 영입 과정을 돌이켜보면 김 전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부재 시나리오는 당 안팎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김 전 위원장 본인이었다고 주변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김 전 위원장 거취에 대한 윤 후보의 결정은 '막판 통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오후 한때 경선캠프 사무실로 사용했던 광화문 이마빌딩을 방문했다가 서초동 자택으로 귀가했다는 동선만 전해졌다.

 

그 사이 윤 후보와 대면한 이들은 극소수로 알려졌다.

이른바 '윤핵관'으로 통칭되는 일부 의원들과 임태희 전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 윤 후보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리고 신임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 정도가 거론된다.

 

논의에 직접 참여는 안 했지만,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았던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경우 종일 긴밀히 연락하며 진행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서도 특히 김한길 전 대표 측은 '선대본부 구성안'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으로 얼개와 인선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두 사람은 전혀 상황을 공유받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연합뉴스 취재 결과 파악됐다. 전날 기준 현직 '선대위 원톱', 그리고 당대표 두 사람만이 '완전한 암흑' 속에 있었다는 얘기다.

 

 

'선대위 해산' 밑그림이 완성된 것은 대략 밤 9시 전후로 보인다.

 

이 시간 김 전 위원장은 금태섭 정태근 김근식 등 선대위 실장단과 저녁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국운이 다했다"고 한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를 마무리할 무렵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임태희 전 본부장이었다.

임 전 본부장은 "집으로 찾아뵙겠다"고 했고, 참석자들은 후보 측 '전갈'이 있으리라고 짐작했다고 한다.

 

이후 구기동 자택을 방문한 임 전 본부장을 통해 김 전 위원장에게 거취 관련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게 후보 측 인사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 측 설명은 다르다. 임 전 본부장과의 대화는 김 전 위원장의 '이준석 감싸기'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선대위나 김 전 위원장 거취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어제는 (윤 후보가) 나하고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며 임 전 본부장과 대화는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나 주변으로부터 거취에 관해 명확한 통보를 받은 것은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윤 후보의 회견 직전이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30초 정도의 의례적인 전화를 했다며 "계속 모시지 못해서 죄송하다. 앞으로 조언을 많이 해달라고 했다"며 "'알았다'고 하고 끊었다"고 밝혔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결별은 민주당의 '토사구팽' 프레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민주당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MBC 라디오에 나와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선거에 이용하고 배제했다"며 "김 위원장을 팽(토사구팽)시킨 것은 인간적으로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게 확인된 장면"이라며 "정치에서 보면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가 선대위 해산이나 김 전 위원장 거취에 관해 전말을 파악한 것은 전날 늦은 밤 보도 이후 즈음으로 알려졌다.

 

'선대위 이탈' 이후에도 김 전 위원장이나 당내 중진 의원들과 가까이 소통해온 그는 전날 오후까지도 오히려 이날쯤이면 모든 상황이 '잘 정리될 것'이라는 인상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가 목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빠른 결단이 필요했던 윤 후보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최선이라고 하기에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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