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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개떨군 채 울먹인 김건희…7분간 "잘못·불찰·사죄·죄송"

첫 공개석상서 대국민 사과…연애시절·유산 등 개인사 언급
세차례 고개 숙인 사과, 질의응답 없이 떠나…"사과문 직접 작성"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26일 허위이력 의혹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당사에서 3층 브리핑실에 등장해 퇴장까지 약 7분여 간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김씨는 A4 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에서 '송구', '사죄', '죄송', '잘못', '불찰' 등 단어를 반복했다. 전체 입장문에서 '죄송' 또는 '송구', '용서'는 총 6번, '잘못' 또는 '불찰'은 5번 반복해서 말했다. 윤 후보를 지칭하는 '남편'은 총 13번 등장했다.

 

긴장한 듯 표정은 굳어 있었고, 시선은 주로 원고가 놓인 단상으로 떨군 상태였다. 계속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입장문을 읽다가, 가끔 입가가 떨리기도 했다.

 

윤 후보와의 연애 시절부터 유산 경험까지 언급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감성적인 모습도 보였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윤 후보에 대한 지지는 철회하지 말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김씨의 대국민 사과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선대위 일부 인사들만 계획을 알 정도로 극비리에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직접 쓴 입장문을 미리 읽으며 리허설 아닌 리허설도 했다고 한다.

 

당사 브리핑실이 취재진으로 빡빡하게 채워진 가운데, 김씨는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 김은혜 공보단장, 최지현 선대위 수석부대변인 등의 엄호를 받으며 나타났다.

 

김씨는 굳은 표정으로 등장해 단상 옆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부터 했다. 입장 발표를 마친 뒤에도 '90도 인사'를 했다. 발표 말미에 "죄송합니다"라고 한 이후에도 짧게 고개를 숙였다.

 

 

검은 바지 정장, 흰색 블라우스 차림으로, 블라우스 위로 검은색 리본형 타이를 두른 모습이었다.

 

지난 15일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에서 공개된 모습보다도 다소 짧아진 듯한 단발머리였다.

 

김씨는 자신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아내 김건희'라고 소개한 뒤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날도 추운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느릿한 어투와 작은 목소리로 김씨는 윤 후보와 처음 만난 시절 회고부터 아이 유산 경험을 언급하며 입장 발표를 이어갔다.

 

긴장한 듯 서두에서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진작에 말씀드려야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하다"고 할 땐 잠시 말을 더듬기도 했다.

 

윤 후보 부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 파문으로 윤 후보가 좌천됐을 때 유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울먹이기도 했다.

 

허위이력 의혹에 대해선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 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시인했다.

 

 

이어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했을 땐 목소리가 더욱 작아졌다.

 

그는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목이 메는 듯 잠시 멈췄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종일관 바로 선 자세로 입장문을 읽다가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한 대목 이후엔 두 손을 모았다.

 

입장 발표를 마친 김씨는 단상 옆에서 재차 허리를 숙였다. 발표를 마친 뒤엔 마스크를 잠시 벗고 콧가를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김씨는 사과문에서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자신의 허위이력 의혹을 시인했다.

 

다만 선대위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김씨의 입장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김씨의 이력을 '허위'라고 보기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대변인은 "법적인 이야기지만, '허위'라는 단어는 재판 과정에서 증명하려면 다른 요소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약간 다르다고 해서 허위인 것은 아니란 점을 감안해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입장문은 김씨가 직접 작성하고 윤 후보에게 한번쯤 읽어봐달라고 한 것 같다고 최 수석부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날 김씨는 사과문 발표 직후 별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은 채 경호 인력에 둘러싸여 당사를 떠났다. '사과문을 언제부터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카니발 차량에 몸을 실었다. 단상에 오른 후 당사를 빠져나가기까지 10분이 채 안 걸렸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류미나 이동환 기자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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