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갈등이 결국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번졌다.
미국이 6일(현지시간) 베이징 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되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일 첫 화상 정상회담을 열고 충돌을 피할 안전핀 마련과 협력지대 모색에 나섰지만 되려 대치 전선이 확대되며 갈등이 증폭 일로를 걷는 형국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미국의 최대 군사·경제적 경쟁자인 중국에 대한 심대한 정치적 모욕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한 배경으로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들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신장 지역에서 중국의 악랄한 인권 탄압과 잔혹행위에 직면한 상황에서 올림픽 문제를 놓고 평상시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며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기여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치권에서도 여야 모두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반적이었다. 신장 문제는 물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홍콩의 인권 문제까지 거론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인권을 명분 삼아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금지, 관련자 제재 등 중국에 대한 각종 제약을 가했다.
하지만 인권을 내세운 이면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중 강공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인권은 물론 경제, 안보, 기술, 대만, 남중국해 등 전방위로 충돌하는 와중에 미국은 전통적 동맹 복원과 세 확산을 통해 대중 포위전선을 구축하는 데 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날 외교적 보이콧 공식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9∼10일 약 110개국을 초청해 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사흘 앞두고 발표됐다.
한국도 참석 대상인 이 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역점을 두어 추진해온 대형 행사다.
당장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의 확산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영국, 캐나다, 호주가 이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미국의 선언을 시작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연쇄 동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1980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냉전 중이던 소련의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에 사절단은 물론 선수단까지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60개국 이상이 동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 잡기에 부심해온 한국 역시 영향권 아래에 들 수 있다.
벌써 미 정치권에선 동맹의 동참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과 파트너들이 미국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올림픽 참가 문제를 놓고 동맹과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키 대변인은 외교적 보이콧이 공식 발표되기 전에 중국에 전달됐고 해외의 동맹에도 이 결정을 알려왔다면서 동맹이 보이콧에 동참할지는 개별 국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외국 정상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참석을 유일하게 밝힌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의 결정은 베이징 올림픽을 한국전 종전선언을 모색할 기회로 활용하려는 한국 정부의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베이징 올림픽은 종전선언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이벤트'의 유력 무대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가뜩이나 전염병 대유행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국가 자격 참가 불허 통보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이 힘든 상황에서 미국마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함에 따라 이런 기대는 더 멀어진 듯한 분위기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jbryoo@yna.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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