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오랜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 살아나고 있으나 백신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51명으로 41일 만에 최다를 기록하면서 대유행의 악몽을 불러냈다. 산업생산, 수출, 기업 체감경기 등 여러 경제지표가 확연히 개선되는 상황에서 신규 환자의 급증은 기지개를 켜는 경제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결국 코로나의 통제와 최종 해결사인 백신 접종 속도가 향후 우리 경제의 회복 탄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새봄을 맞아 뚜렷한 회복세를 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실물 경제 지표들은 대부분 개선되는 흐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산업생산은 반도체 등 수출 주력 품목의 호조로 전월보다 2.1%가 증가했다. 이는 8개월 만의 최대폭 증가로 지수(111.6)로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소비와 투자는 감소했으나 거리두기 단계 완화로 숙박·음식점 생산이 살아나면서 코로나 발발 이후 최악으로 추락했던 서비스업 생산이 1.1% 증가했다. 3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6.6%(일평균 기준)나 증가한 538억3천만 달러로 역대 3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의 체감경기도 나아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업황 실적 BSI는 83으로 여전히 100을 밑돌고는 있지만 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글로벌 경제가 막대한 재정 투입과 백신 보급에 힘입어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급속한 회복세를 타면서 상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덕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작년에 워낙 안 좋았던 기저효과가 있는 데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 방역단계가 2월 중순 이후 완화되고 세계 경제 회복도 빨라지는 추세"라면서 "여기에 힘입어 우리 경제는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전망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높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제시해 2개월 전보다 0.5%포인트 높였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7개사의 평균 전망치는 3.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의 평균 전망치는 3.5%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글로벌 여건이 개선되는 가운데 향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와 이를 종식할 게임 체인저인 백신이다. 대다수 경제전망 기관들은 백신 보급으로 하반기 이후 코로나가 잡히면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들어 이런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
백신 민족주의의 발호로 애초 계획했던 접종 일정이 지켜질지 불투명해졌다. 세계의 백신 공장인 인도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 수출을 잠정 중단했고, 유럽연합(EU) 역시 계약분을 모두 확보할 때까지 역내에서 생산되는 AZ 백신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는 원료 확보 문제로 백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지난달 말 현재 1.69%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6월까지 국민 1천2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분기 중 1천440만회분 도입이 확정돼 있어 예정된 일정대로 공급될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개발국이 아니어서 상황은 유동적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국민의 방역 긴장감이 갈수록 이완되고 있는 점도 걱정스럽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와의 전쟁이 내년으로 늘어지고 소비 위축 장기화로 탄력 있는 경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생산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소비 부진이 경제를 누르고 있다"면서 "감염 확산이 통제되지 않는 가운데 백신 확보가 늦어지면 경제에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규철 실장 역시 "서비스업 등 내수는 백신 공급 속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면서 "백신 접종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늦어진다면 경제 회복도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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