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세의 유학일기 2] "1970년대 미국 도시의 실상을 보다" 1. 그러나 막상 필라델피아에 가까이 오자 미국에 대한 환상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건물 벽마다 흑인이 갈겨 쓴 낙서들이 즐비하였고 길에는 쓰레기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내가 공부하기로 된 유펜 캠퍼스에 가까이 오자 이러한 나의 실망은 절망으로 변했다. 학교주변은 슬럼이었다. 우중충한 낡디 낡은 집들에는 흑인들과 노인들만 살고 있는 듯했다. 학교 캠퍼스도 캠퍼스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길위에 낡고 낡은 학교건물만 있고 내가 상상하던 넓고 푸른 잔디위에 아름다운 건물은 찾아볼 길이 없었다. 2. 내가 미국까지 공부하러 왔는데 이런 캠퍼스에서 앞으로 몇 년간을 지내야 한다니 내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왔다 싶은 후회가 생겼다. 그제사 한국에서 어느 교수분이 내가 유펜간다고 하니까 미국에 아름다운 캠퍼스가 많은데 하필이면 슬럼에 둘러쌓인 그런 대학에 가느냐 공부도 좋지만 경치좋은데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나의 실망감은 날이 갈쑤록 더 심해졌다. 당시 필라델피아는 범죄율이 전 미국 4위가 되는 도시여서 시장이 치안을 담당하는 이탈리아계의 경찰출신이라고 하였다. 더욱 놀
* 서강대 교수를 지냈고, 1972년에 펜실베니아대에서 유학했던 이영세 박사님의 유학기를 싣습니다. 1970년대 미국 유학 시절의 단면을 이해함과 아울러 한 개인의 유학기를 통해 통해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영세의 유학일기 1] "1972년 유펜으로 유학길에 오르다" 1. 코로나19와 장마가 오래 계속되니 자연 옛날 생각들이 자꾸난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유학시절이 제일 행복했던 것같다. 꿈이 있었고 장래 무언가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같은 희망과 자신감이 넘칠 때였다. 나는 1972년 내 나이 26세때 미국 유학을 갈 행운을 가졌다. 당시 김포공항에서 많은 친지들이 전송나온 가운데 보잉727을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바니아대학 대학원에 입학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도쿄ㅡ하와이ㅡ로스엔젤리스ㅡ뉴욕ㅡ필라델피아를 경유하는 긴 여정에 오른 것이다. 난생 처음 나가는 외국이었고 비행기도 처음 타보아 그 때의 흥분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었다. 2. 내 옆에 머리기름이 반지르르한 깔끔한 일본 중년신사가 앉아 있었다. 일본상사의 중역이라고 했다. 날더러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미국 유학가는 길이라고 하니 그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