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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당선자를 언론이 뽑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태정 씨 주장

미국의 대통령은 적법한 절차와 투표 시스템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 된다.
지나치게 성급한 단정에 대해서 신중해야

- 출처: Tania Femandez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당선자는 언론이 뽑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 노태정 씨 주장

 

미국의 대통령은 적법한 절차와 투표 시스템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 된다.
지나치게 성급한 단정에 대해서 신중해야

 

노태정 (전 정당인)

 

1. 미국 대선이 마무리 됐다. 일단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한국 사람이다. 따라서 트럼프 또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그 상황을 한국의 국익에 맞게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한국인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 며칠 한국 언론과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보면 부정확한 사실들이 유통되고 있다는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미국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

미국 정치에 관한 정보를 얻을 때 나는 팟캐스트를 듣는다. 미국에서 정치시사 이슈는 5-10분짜리 유튜브 영상이 아니라 최소 40분에서 길게는 3시간 가량 이어지는 팟캐스트를 통해 유통 된다. 아무래도 미국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해야하니 그와 같은 문화가 발달하게 된 것 같다.

 

또 나는 트위터를 참고한다. 한국의 정치병자들은 페이스북에 몰려 있지만, 미국의 정치병자들은 트위터에 몰려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트위터를 통해 사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 표명한다. 미국정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원한다면 트위터보다 더 좋은 매체는 없다. 물론 유튜브를 통해 올라오는 메이저언론의 짤막한 방송이나 인터뷰 등을 참고하기도 한다.

 

3.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이메일을 통해 사안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듣는다. 관심있는 의원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구독신청을 해놓으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메일을 보내준다. 미국의 정치인들, 고위공직자들의 특징은 아무리 중차대한 국정을 처리하고 있다 할지라도, 결코 유권자들과 지지자들,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점이 너무 마음에 든다. 이런 소통의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존 볼턴은 백악관 안보실장으로 있을 때에도 종종 폭스뉴스에 나와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고, 스칼리아 대법관 역시 대학 강의나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밝힐 수 있었다.

 

최근에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의 이메일을 받았다. 선거 결과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공화당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현 사안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앞으로 공화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방향을 알려주는 글이었다. 이런 부분은 한국 정치인들도 꼭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4. 

이렇게 얻은 정보를 종합해 볼 때, 현재 미국의 상황은 한국의 메이저 언론들이 연일 보도하는 것처럼 "바이든 승리", 그리고 "트럼프 불복" 정도로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 류의 보도는 미국 레거시 미디어의 소식을 그대로 받아쓰기 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정확하게 말한다면,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대통령은 미국의 국민이 투표하고 적법한 개표절차에 따라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것이지, 언론이 뽑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바이든 또는 트럼프를 승자라고 선언했다 해서 그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 헌법 어디에도 언론이 대통령 당선자를 결정한다는 구절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통령은 적법한 절차와 투표 시스템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 된다.

 

5. 

그렇다면 논란이 되는 부분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일단 현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미국의 선거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50개의 주가 하나로 합쳐져서 만들어진 연방국가인 만큼, 선거의 시간과 장소, 개표과정 등에 관한 영역은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정부의 관할 하에 결정 된다(구체적으로 말하면 선거 실무에 관한 영역에서는 주의회가 독점적인 권한을 갖는다).

 

만약 정상적으로 선거가 치러졌다면 이번과 같은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올해 미국 대선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정상적이지 않은" 선거가 되었다는 데 있다. 올해 미국 대선은 미국 역사에서도 매우 "예외적인" 선거였다.

 

6. 

논란의 중심에 있는 펜실베니아주의 예를 들어보겠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펜실베니아주에서는 26만 6천표가 우편투표(mail-in ballots)로 들어왔다. 원래 우편투표는 해외에 파병을 나가서 직접 투표를 할 수 없는 군인들, 또는 심각한 사유로 인해 선거 당일 현장에서 투표를 할 수 없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투표방식이었다.

 

하지만 올초부터 코로나 펜데믹이 발생함에 따라 일반 시민들도 신청만 한다면 우편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펜실베니아에서 우편투표의 숫자는 250만 표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다른 주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각 주들이 평소보다 10배 가량 증가한 우편투표를 처리할 인력과 장비 등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같았으면 빠르면 선거 당일 저녁, 또 늦으면 다음날 아침 정도에 결과를 알 수 있었던 미국 대선 당선자 확정이 이토록 늦어졌던 것이다.

 

7.

우편투표로 인한 문제는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우편투표를 받고 나서 언제까지 도착한 표를 합법적인 표로 카운트 할지가 또 쟁점이 되었다. 펜실베니아의 주의회(state legislature)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반면 펜실베니아의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의 톰 울프다. 미국 헌법은 선거의 "시간, 장소, 방법(Time, Places, and Manner)"은 연방정부나 주정부(주지사)가 아니라 주의회가 관할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선거에 관한 한 주의회가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주의회는 선거의 마감기한(deadline), 유효표 결정(define the validity of ballots), 개표방법(manner of counting the votes) 등을 모두 관할한다. 투표의 '시간'에 대해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있는 펜실베니아 주의회는 선거 당일인 11월 3일 화요일로 우편투표의 도착 마감시간을 못 박았다.

 

8.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펜실베니아 대법원이 주의회의 결정을 뒤집고 11월 6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 역시 모두 카운트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우편투표의 도착 마감기한을 선거종료 3일 후인 금요일까지 연장시킨 것이다(실제 펜실베니아의 경우, 황당하게도, 선거일이 지난 11월 4, 5일에도 계속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펜실베니아 주의회 소속 공화당원들은 펜실베니아 대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연방대법원에 항고했다. 그런데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이 문제를 연방대법원이 해결해야할 시기에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이 사망한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9인 대법관 체제가 아니라 8인 체제가 되었고, 4-4로 혼란스러운 결정이 날 수 있음을 의식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해당 사건의 처리를 보류한다.

 

하지만 몇 주 전 애이미 코니 배럿이 긴스버그의 공백을 메우게 된 만큼, 이제 연방대법원은 펜실베니아 케이스에 대한 재판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현재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구성은 보수-진보가 6-3으로, 보수 대법관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9.

지난 2000년 플로리다에서 있었던 Bush v. Gore 재검표가 처리됐던 기간을 참고한다면, 이번에도 12월 초쯤이 돼서야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 된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펜실베니아 대법원의 판결을 뒤엎고, 헌법에 명시된 대로 선거를 관할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주의회(state legislature)에 맡겨진다고 판결한다면, 공화당이 장악한 펜실베니아 주의회의 원안대로 11월 3일 이후 도착한 모든 우편투표는 무효표(illegal votes) 처리 된다.

 

반대로 연방대법원이 펜실베니아 대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방식으로 최종심을 확정한다면 11월 3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 역시 일반 투표와 마찬가지로 합법적 표(legal votes)로 처리 될 것이다. 통계적으로 보자면 11월 3일 이후 도착한 표들은 압도적으로 바이든 지지표가 많았다. 그래서 많은 스윙스테이트들에서 11월 3일 이후 역전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10.

일단 펜실베니아의 선거인단 숫자는 20명인데, 여기에 더해 트럼프의 법률팀은 미시간, 네바다, 조지아 등에도 비슷한 이유를 근거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선거일 직후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합법적인 표(legal votes)'만을 카운트 한다면 내가 대통령이 되겠지만, '불법적인 표(illegal votes)'까지 모두 카운트 한다면 그들이 선거 결과를 훔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 또 "연방대법원이 결과를 정해줄 것"이라고 말했던 건 이런 맥락을 파악해야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는 펜실베니아의 경우처럼 다른 주에서도 11월 3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는 불법이라는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그의 주장이 곧 팩트가 되는 건 아니다. 이 모든 혼란을 다루는 미국의 시스템과 법적 절차가 존재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시스템을 따라서 차분히 기다려보면 누가 옳은 말을 하는지, 또 누가 최종 승자인지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11.

그렇다면 공화당의 입장은 어떨까? 공화당은 트럼프와 한 배를 탄 것처럼 보인다. 물론 미트 롬니나 조지 부시처럼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주류 공화당 의원들 대다수는 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고 말하며 자신은 트럼프와 함께 가겠다고 선언했다. 백악관 대변인 케일리 메커내니 역시 연일 공격적인 트윗을 올리며 트럼프를 옹호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과 법사위 소속 조시 호울리, 또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하원 법사위 소속인 짐 조던 등도 트럼프의 결정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하원선거를 통해 텍사스에서 재선에 성공한 댄 크렌쇼 의원도 "합법적인 표만을 카운트해야 한다"며 공화당 지도부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미국 정치인들 가운데 자유주의 성향이 가장 강한 랜드 폴 의원 역시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섰다(개인적으로 좀 의외라고 생각한다).

 

또 벤 샤피로, 마크 레빈, 디네시 디수자, 켄디스 오웬 등 미국 우파진영을 대표하는 평론가들도 대부분 아직 선거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실제 아직 법적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12. 

폭스 뉴스에서 인터뷰를 했던 테드 크루즈는 여기서 좀 더 구체적으로 나가서 각종 의혹들을 언급했다.

 

크루즈는 미시간에서 트럼프에게 갔던 6,000표가 소프트웨어의 결함(glitch)으로 바이든에게 넘어갔던 것(만약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 결함을 잡아내지 못했다면 6,000표는 고스란히 바이든에게 반영 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가 미시간에 있는 47개 카운티에서 사용 됐던 점, 사망자의 명의로 된 표, 투표자 또는 선관위원의 서명이 없는 표 등이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견 되고 있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짚으며 선거 과정을 다시 조사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즈의 말을 인용하자면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뉴멕시코 등 각지에서 심각한 의심사례들(serious disputes)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13. 

물론 이 모든 것은 의혹(allegations)이다. 따라서 그 자체로 증거가 아니다. 의혹이 발생했을 때는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정당한 법적 절차(due process)에 따라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다. 문제는 주류 언론과 민주당 쪽에서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며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2000년 대선 후 앨 고어가 플로리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못해 재검표를 신청 했다는 사실, 트럼프 재임기간 4년 동안 자신들이 끊임 없이 '러시아의 공작'을 언급하며 트럼프의 정통성과 선거의 투명성을 의심했다는 사실(2016년 트럼프 당선 때는 그토록 "취약했던" 미국 선거 시스템이, 바이든의 당선과 함께 갑자기 어찌 그리 "완벽해"지는지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 힐러리는 아직까지도 트럼프가 자신의 승리를 "훔쳤다(stole)"고 말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모두 잊은 듯 하다.

 

트럼프 현상은 품격과 상식을 잃어버리고 급진화 되어버린 민주당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트럼프는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14.

트럼프가 제기하는 의혹들이 사실일까? 정말 부정선거가 발생 했을까? 그건 모르겠다. 나도 아직까지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화당 주류 의원들은 의혹을 해소하려면 시스템에 따라 법적 절차를 밟아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이와 같은 주장이 왜 논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트럼프에 대한 개인의 호불호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문제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특정 인물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경험과 판단, 또 편견으로 인해 객관적으로 사실을 바라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합법적인 표(legal votes)만 카운트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합법적인 표인지는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내려 줄 것이다.

 

아직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fraud)'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는 걸로 보인다. 이 선거가 부정인지 아닌지는 조사와 재판을 진행해 나가면서 차차 밝혀가면 된다. 하지만 부정의 가능성 자체를 일축시키는 태도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올 초에 필라델피아에서는 실제 부정선거가 발생해 관계자가 실형을 받기도 했다.

 

15.

Bush v. Gore가 처리되는 데 36일이 걸린 만큼, 한 달 쯤이 지나면 결말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만약 이 모든 법적 절차가 마무리 된 다음에도 여전히 바이든의 승리가 확실해진다면, 그때 트럼프는 깨끗하게 승복하고 바이든을 축하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의미에서, 민주주의를 실시하는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때때로 유권자들은 납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라는 틀 안에서 함께 게임을 하는데, 양측 가운데 어느 한 쪽이라도 룰을 신뢰를 하지 못한다면, 그 게임이 지속 되기 어렵다.

 

이런 과정을 통해 투표제도의 투명성을 확립해 나갈 수 있다면 국가 차원에서는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다. 만약 의혹을 불식시키지 않고 그대로 묻어둔다면,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훗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화당 역시 나중에 민주당에서 비슷한 주장을 하더라도 흔쾌히 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16. 

미국 국가기록보관소(National Archives) 입구의 비석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각인되어 있다. "Eternal vigilance is the price of liberty (자유를 누리는 대가는 영원한 감시의 의무다)." 정말 멋진 표현이다. 제임스 메디슨은 <연방주의자 논집> 51번 글에서 "인간은 천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인간은 천사가 아니기에 야망을 가지고 있고, 그 야망에 따라 더 큰 권력을 갖기를 갈망하는데, 한 인간의 야망은 다른 인간의 야망에 의해 견제를 받아야 하며, 이를 정부 조직 구조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바로 이 철학에서부터 미국의 헌정을 구성하는 권력분립(separation of powers)과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의 원칙이 도출 되었다.

 

17.

미국의 시스템은 탁월하기 때문에 절대 부정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처럼 치밀한 나라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는 논리다.

 

시스템을 믿느냐고? 물론 나도 시스템을 믿는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탁월한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천사가 아닌"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정부에 대한 감시의 의무를 철저하게 감당해야 한다. 그 영원한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레이건이 말했던 것처럼, 자유는 언제나 한 세대 안에 소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파진영은 현재 그 의무를 충실히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출처: 노태정 페이스북 (2020.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