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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사는 꼭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지 않지만..." 히틀러 집권 전후에 대한 한나 아렌트 체험적 인터뷰

히틀러가 권력을 잡자마자, 독일 지식인들은 모두 그를 칭송하는 대열에 줄을 선다, 권력이 강하고 그 권력이 오래 갈 것으로 예상되면 대중들보다 지식인들이 먼저 엎드려, 우리의 앞날에 주는 심대한 메시지

"역사는 꼭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풍성한 지혜를 제공한다."

인간의 본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정치적 격변기에 보일 수 있는 인간의 반응은 비슷할 것이다. 

띠라서 시공간이  전혀 다른 사건에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조건>, <전체주의의 기원> 등 '악의 평범성'이란 화두를 던진 한나 아렌트의  인터뷰 속에는 우리의 현재 미래와 관련하여 숙고할 만한 좋은 사례와 교훈이 들어있다. 1964년 10월 28일 독일 ZSF 정치 시사프로그램에서 털어놓은 한나 아렌트 인터뷰는 <한나 아렌트의 말: 정치적인 것에 대한 마지막 인터뷰>(마음 산책, 윤철희 역)에 나오는 사례를 살펴본다.

 

1. 

"저는 나치가 정권을 잡을 거라고 1931년에 확신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독일에 살았던 유대인들이 나치가 권력을 장악한 1933년 2월 27일 독일의사당 화재사건에서 충격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하더군요. ... 우리는 나치의 뒤를 받치는 독일인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열세에 있던 나치는 독일의사당 화재사건을 일으켜 이 사건을 계기로 독일공산당을 매도해서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이후 게슈타포는 저항하는 사람들을 지하실과 집단수용소로 끌고 감으로서 저항하는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

 

2. 

오래 전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지만, 나는 한나 아렌트의 이같은 말에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저는 이 나라에서 선거를 장악한 사람들이 결국은 자신들의 꿈인 장기집권을 하는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2020년 4.15총선이 끝나고 선거공정성을 밝히기 위한 노력들이 빛을 잃어가던 2021년 중반 무렵부터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선거사기라는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들 뒤를 받치는 많은 한국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떤 선거 범죄를 저지러더라도 이를 조직적으로 덮어주는 대법관들 뿐만 아니라 불법과 불의를 외면하고 침묵하는 언론과 지도층 그리고 식자층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대다수 국민들은 선거부정 문제에 대해 '내 배에 밥들어가는 일 아냐'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2020년 4.15총선 이후에도 2021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 대선, 지방선거, 2023년 보궐선거 등 계속해서 똑같은 방식의 선거사기가 이 땅에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결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같은 일들을 죽 연결하다 보면 결국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좌파들에 의한 영구집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운좋게 힘들게 집권에 성공한 사람들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낮게 봤기 때문에 좌파 장기집권의 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3.

한나 아렌트는 인터뷰에서 나치가 권력을 잡자마자 지식인들이 어떻게 변신하는 가에 대해 귀한 증언을 한다. 그들의 변절은 한나 아렌트가 조국 독일을 떠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상한다. 유대계 독일인이었던 한나 아렌트가 독일을 떠나지 않았다면 다른 다수의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아우슈비치로 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동료들의 변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이 다른 나라로 떠날 때 정치적인 사건은 개인적인 운명으로

변하는 게 보통이었어요. 친구들은 나치가 권력을 잡자 하나같이

전향하거나 노선을 바꿨어요.

 

개인적인 문제는 우리의 적들이 무슨 일을 했느냐가 아니라 우리

친구들이 –어쩄든 아직은 테러의 압박이 가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짓을 했느냐 하는 거였어요.

 

상대적으로 자발적이던 글라이히샬통(정치적 획일화), 즉 나치 시대

초기에 자기 직위를 안전하게 지키거나 일자리를 얻으려고 변화한

정치 풍토에 투항한 광범위한 현상의 독일 전역에 물결쳤습니다.

당시에 글라이히샬통(Gleichschaltung, 정치적 획일화[coordinated])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일종의 법규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니였습니다.

 

나는 그 사실을 절대 잊지 않았어요. 나는 그런 생각에 지배당한

독일을 떠났어요. ‘절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요."

 

- 한나 아렌트

 

4.

나는 한나 아렌트의 이같은 증언에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또 다시 떠올리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장악한 사람들의 장기집권이 기정사실화 되면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식자층들은 바짝 엎드릴 것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집권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하는 글라히샬통(정치적 획일화)가 온 나라를 

지배할 것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표현대로 '글라이히샬통(정치적 획일화)는 지식인들 사이에서

일종의 법규였습니다.' 이 같은 일들이 이 땅에서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 먼 일이 아니라 선거부정으로 당선된 자들의 기고만장한 행위에서도 이미 '우리가 결국 이긴다'는 그들의 확신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선거사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지식인이든

일반 국민들이든 선거를 장악한 자들에 의해 공고화된 체제 하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알면서 침묵하거나, 저항하거나, 떠나는 세 가지 대안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어느 사회든 저항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아주 아주 소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대부분은 침묵하고 체념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말 것이다.

형편이 되는 소수는 떠날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5. 

한나 아렌트가 선택한 것은 1933년 파리로 떠나는 일이었고, 그곳에서 다시 30대 중반인 1941년에 미국으로 떠나 학자로서 자리를 굳히게 된다.  그녀의 진솔한 인터뷰는 그녀 스스로가 전혀 의도치 않은 일이겠지만, 시공간을 초월해서 체제가 전복되거나 변혁될 때 그리고 그것이 영속화될 가능성이 높을 때 대다수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 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히틀러 집권 전후에 독일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의 현재의 앞날에 정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살기에 바쁜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추론과 경고에 크게 개의치 않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생각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에 꼭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할 것이다. 나는 한나 아렌트의 귀한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일어난 일보다는 오히려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더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 공데일리 공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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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들 2: 2022 대선, 어떻게 훔쳤나?> 

<도둑놈들 3: 2022 대선, 무슨 짓 했나?>

<도둑놈들 4: 2020 4.15총선, 어떻게 훔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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