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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병호칼럼]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정치권력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연고주의'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모르는 사이에 한국사회가 크게 변질

아버지 빽으로 대학도 가고, 의전원도 가고, 로스쿨도 가고, 취직도 하고. 이런 일들을 과거에는 정말 생각하기 힘들었는데. 요즘 신문 지상을 장식하는 사건들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입니다

1.

12월 16일, 기아자동차가 5년만에 생산직 신입직원들을 공개채용하기 시작하면서

일대 소란이 있었습니다. 

100명을 뽑는 소규모 채용이지만 구직난과 맞물려 정규직 채용에 엄청난

인력이 몰려들었기 때문입니다.

 

2.

기아자동차가 채용지원서를 마감한 결과 지원자가 무려 4만 9432명이나 되었습니다.

거의 500대 1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번에 채용된 인원은 내년 1월에 입사해서 경기도 광명과 화성, 광주 오토랜드 등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기아자동차 생산직은 수당을 포함하면 초임 연봉이 6000만원을 넘고 기숙사 지원과 신차 구매 할인 등 사내 복지가 좋아 ‘꿈의 직장’으로도 불린답니다.

 

3.

앞서 2012년도에 기아가 생산직 신입사원 240명을 채용하는데 2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소개한 이야기는 국내 대표기업 가운데 하나의 생산직 신입사원 채용에

관한 평범한 기업 이야기입니다.

 

4.

그런데 12월 22일에 기아자동차의 생산직 신규 채용에 관해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속속 밝혀졌습니다.

 

기아자동차가 공개 채용 과정에서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사실상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는 가선점을 부여하는 ‘특혜채용’을 시도했다는 소식입니다.

기아자동차는 12월 22일 기준으로 서류전형을 끝내고, 채용 인원의 5배수에 해당하는 약 500명에게 합격을 통보했습니다.

 

5.

그런데 문제는 서류전형 과정에서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 10점을 부여하였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노사 합의에 따라 노조 직원 자녀를 우대 채용하는 규정이 있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이 규정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6.

그렇다면 가산점 10점은 당락을 결정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100점 만점에 10점은 당락을 정하는데 거의 결정적인 점수에 해당합니다.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한 자격증에 부여한 점수와 동일한 점수입니다.

 

7.

자격증은 최대 10점이지만, 비교적 난이도가 높은 산업기사의 경우 3점이 부여됩니다.

따라서 10점을 받기 위해서는 난이도가 높은 산업기사급의 자격증이 최소 2~3개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결국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들이 기아자동차에 지원하는 경우 큰 결격 사유가 없다면 합격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집니다.

 

8.

기아자동차측이 노조의 오랜 요구 사항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내 대표기업에서 시작된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실력이 아니라 출신을 고려하여 관리로 등용한 제도에서 비롯)’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9.

우리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공정했던 대학입시가 이미 특별전형이나 수시 입학 등을 통해서 특수한 계층의 자녀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제도로 활용되어온 사례를 최근에 조국 씨 딸 조민 양 경우를 통해서 확인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이재명 씨의 장남도 고려대 경영학과 특별전형 입학(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입학)에 대해 의혹이 일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분명히 취재할 만한 의혹이었지만 언론들은 일제히 침묵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정했고 공정해야 할 분야에서 부모의 출신과 능력에 따라 자녀의 입학이나 합격 여부가 드러나는 경우가 이 뿐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 드러난 것은 거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한국 사회가 연고주의라는 방향으로 크게 변질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10.

역사적인 경험과 사례는 국가의 권력이 비대해지게 되면 권력을 소유한 사람들의 친고관계를 중심으로 해 먹는 일이 거의 일상입니다.

 

과거 왕정에서 왕 주변 사람들이 특혜를 누리는 것처럼, 평등을 기치로 내 걸었던 공산주의 사회도 평등과 거리가 멀었다. 일례로 구 소련만 하더라도 노멘클라투라라는 소련공산당 소속의 고급간부들이 부정부패의 온상이었습니다.

 

11.

국가권력의 비대화는 시장의 영역을 줄이고 알음알음으로 서로서로 해먹는 일이 일상이  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그동안 공채제도, 고시제도, 대학입시 제도 등을 통해서 특권계급의

방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모범국가였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 사회에서 알음알음으로 취직을 하고, 대학에 합격하고, 대학원에 합격하고, 이제는 직장까지 잡는 그런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신분상승의 기회가 열린 그런 열린 사회로 우리가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정치권력의 비중, 즉 정부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전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보면 앞으로 '끼리 끼리 해 먹는' 경향은 더욱 더 강해질 것으로 봅니다. 

 

특권계급이 만들어주고 그들에게 특권이 주어지고, 그들끼리 이익을 나누는 그런 사회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닙니다.

 

아마도 기아자동차 사례의 경우는 기회균형의 차원이나 차별대우 차원에서 위헌 사례에 해당될 것으로 봅니다.

 

우리 헌법 제11조는 이렇게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③ 훈장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

 

율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만, 제가 볼 때는 명백한 기회균형의 침해와 차별적 대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명백한 헌법 위반 행위에 속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남발되고 있는 가산점 제도라는 것이 대부분 이와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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