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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영세 유학일기 18] 에피소드 3 "말레이지아에서온 어느 여학생의 이야기"

[이영세 유학일기 18] 에피소드3  "말레이지아에서온 어느 여학생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내 클래스메이트 얘기를 해야겠다. 입학 당초 35명이 입학했었다고 모두에 얘기를 했다. 그러나 학위는 15명 정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많은 경우 대학 교수로 갔고 연구소, 정부, 은행으로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와 제일 먼저 친구가 된 오사무 니시무라라는 일본 학생은 일본 도시사대학 교수로 가서 몇년전 그 대학에서 은퇴를 하였다. 미국의 제임스 오어(James Orr)라는 학생은 상무성에 취직했다가 나중 뉴욕연방은행으로 옮겼다. 그는 같은 클래스 메이트인 홍콩 여학생과 결혼하였다.

 

1.

그는 내가 처음 입학했을 때 자기 차로 필라델피아를 구경시켜주었다. 그 아버지는 노동자출신이었는데 아들에게 투자하여 성공한 셈이었다. 어느 날 나와 통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시카고를 여행했다는 것을 큰 자랑으로 얘기했다. 사실 미국노동자는 평생 벌수 있는 수입이 정해져 있어 10년후, 20년후 여행계획을 미리 짜서 적금을 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평생 해외는 나가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미국의 중류생활은 안정적이었다라는 말도 된다. 태국에서 온 여학생은 세계은행에서 잠간 일하다가 태국의 어느 대학으로 돌아갔다. 마이크 마리세(Mike Marrese)라는 미국친구는 JP Morgan영국대표로 일하고 있다. 라리 하버캠프(Larry Haverkamp)라는 텍사스에서 온 학생은 중국여자와 결혼하여 싱가폴에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있다고 하였다.

 

2.

특별히 기억되는 클라스메이트로는 제띠 아지즈(Zeti Aziz)라는 말레이지아에서 온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우아하고 품위가 있었다. 브리티쉬 잉글리시를 구사하여 말에 특히 품위가 있었다. 그러나 공부는 그저 평범했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말레이지아의 어느 대학이나 연구소에 재직하려니 하고 별 관심도 가지지않았다. 그러나 8년 전 2012년 내가 사이버대학 총장으로 있을 때 뜻밖에 국제전화가 왔다. 나는 수십년만에 통화를 하여 반가운 마음이었다. 그녀가 통화를 한 용건은 우리가 펜대학에 입학을 1972년에 했음으로 Class of '72의 40주년을 말레이지아에서 개최하고 싶다고 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가겠다고 하였다. 그러면 자기가 초청장을 보내겠다고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에 말레이지아에서 초청장이 왔다. 그런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초청자인 그녀의 직함이 말레이지아 중앙은행 총재로 찍혀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중앙은행 총재를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과연 그녀가 총재로서 인사말이 적혀있었다. 얼굴이 살이 쪄있으나 예전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학교다닐 때는 우아한 여성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사진의 그녀는 카리스마가 있는 중후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3.

예정된 날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하여 그녀가 초청장에 명시한 숙소로 향하였다. 숙소는 중앙은행 귀빈숙소였다. 마침 몇명의 대학 친구들이 먼저 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사실 제띠 총재는 그 당시 벌써 중앙은행 총재를 12년째 하고 있었다. IMF직후에 총재가 되어 그 때까지 하고 있은 말레이지아 금융계 거물이었던 것이다. 공항에서 숙소로 오는 택시 안에서 운전기사에게 혹시 제띠 아지즈를 아느냐고 하니 바로 중앙은행 총재라고 즉답을 하였다. 이미 국민적인 인물이 되어 있었다. 모든 말레이지아 화폐에 그녀의 사인이 들어 있었다. 며칠 거기서 머물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녀의 아버지가 초대 말레이지아국립대학 총장을 역임하였고 그것도 15년간 재임했다고 하였다(당시 말레이지아는 국립대학이 하나만 있었다고 한다). 제띠집안은 이미 지식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말레이지아에서 명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마히티르총리와도 가까운 사이이고 사실 제띠가 학위마치고 중앙은행에 스카웃한 사람도 바로 총리였고 총재도 총리가 시켰다고 하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녀의 며느리가 한국여자라는 것이다. 우리가 방문하고 있을 때에는 그 녀 아들 내외가 런던올림픽 참관하러 런던에 가 있다고 하였다.

 

4.

거기 머물면서 하나의 사건이 생겼다. 제띠가 직접 주요명소를 버스를 타고 관광시켜 주었는데 옛날 총독관저에 내려 구경하고 버스에 올라왔는데 내 지갑이 없는 것이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여 그 사실을 제띠에게 얘기하였다. 분명 내 포켓에서 누가 빼간 것이다. 그안에는 비자카드도 있고 현금 달러도 있었다. 그녀의 남편 존 리(John Lee)는 중국계 말레이지아인이며 펜대학 우리의 클래스 메이트였다. 제띠와 그 남편은 캠퍼스 커플이었던 것이다. 그 친구가 현금 얼마를 빌려 주었다. 오후에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어 참석을 하였다. 세미나라기 보다는 말레이지아 경제상황에 대한 브리핑이었다. 시작 전에 제띠총재가 나에게 줄 선물이 있다고 한다. 나는 초청받은 클래스메이트를 대표해서 나에게 기념품을 주는가 싶어 나가니 왠 봉투를 주었다. 그 자리에서 열어보라 해서 열어보니 내 지갑이 그 안에 있지 않은가...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위를 물어보니 도둑이 지갑을 훔쳐 그안에 있는 카드로 돈을 찾으려다 잡힌 것이다. 그 사이 제띠가 말레이지아 은행들에 연락하여 내 카드로 돈 찾으로 오는 사람을 잡으라고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며칠 간 서로 40년 전 쌓은 우정을 나누고 클래스 메이트들은 다시 페낭에 있는 휴양소로 옮겨 일주일 더 지내다 돌아갔고 나는 총장 마지막 임기 마지막 달이어서 이런저런 일정이 바빠 그냥 돌아왔다. 제띠는 그 후 4년 더 총재를 하고 은퇴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