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2일 결백을 강조하며 사실상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법조계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이 지검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 지검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 "상세히 설명했는데도 기소"…수사에 불만
이 지검장은 이날 수원지검의 기소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당시 수사외압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며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결국 기소에 이르게 됐다"며 수사팀에 대한 불만도 내비쳤다. 수사팀이 편향된 시각으로 '표적 수사'를 했다는 입장을 거듭 부각한 것이다.
이 지검장은 자신의 거취에 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수사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진사퇴·직무배제 요구를 일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이 사상 초유의 '중앙지검장 피고인' 오명에도 자진사퇴 없이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초유의 '피고인 중앙지검장' 오명에도 버티기
검찰의 이 지검장 기소 방침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지검장의 공소 유지를 위해 재판에 참여하는 후배 검사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통상 검찰 고위 간부가 수사나 감찰 대상이 되면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 지검장의 유임은 국민의 법 감정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 말 권력 수사의 '과잉'을 우려한 여권이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받는 이 지검장의 유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온다. 이 지검장이 스스로 거취를 고민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하는 건 아니다"라며 당장 이 지검장에 대한 별도 조치를 취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지검장이 이날 기소 직후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 백혜련 "거취 스스로 결정해야"…여권도 기류 변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이 지검장의 자진사퇴 필요성을 처음 언급하면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여권 내에서 '이성윤 결자해지' 주장이 확산하면 청와대도 이 지검장 유임을 강행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기류 변화에는 이 지검장의 '자충수'가 된 검찰수사심의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외부 전문가마저 수사팀과 같은 의견을 의결하면서 검찰의 `표적 수사'라는 이 지검장의 항변이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백 의원은 "본인이 요청한 수사심의 결과, 기소 권고가 나왔기 때문에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수사심의위 결과를 콕 집어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더라도 검찰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도권의 한 검찰청 간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앙지검장 신분을 유지한 채 재판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법무부가 빨리 징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이 지검장이 사퇴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면서도 "중앙지검에 진행 중인 사건이 많은 만큼 수사와 무관한 보직으로 이동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민경락 김주환 기자 rock@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본 채널은 연합뉴스와 콘텐츠 이용계약을 맺었으며, 연합뉴스 콘텐츠는 본 채널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