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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코로나 이후 건전 재정은 '꿈'?…브레이크 없는 나랏빚 증가

부채비율 30%대 9년, 40%대 2년…4년내 60% 돌파 가능성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국가부채의 고삐를 잡기 위한 안전장치인 재정준칙은 작년 말 국회에 제출된 뒤 방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각종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국가부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로 잡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지출 증가 흐름이라면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 통제 어려워진 나랏빚 증가

 

국가채무비율은 20%대가 7년(2004∼2010년), 30%대는 9년(2011∼2019년)이 유지됐다. 하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40% 선을 넘어 43.9%가 된 뒤 올해는 47.3%로 높아졌고 내년에는 50.2%로 50% 선을 돌파한다.

 

정부가 최근 내년 예산안과 함께 내놓은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50%를 넘은 뒤 2023년 53.1%, 2024년 56.1%, 2025년 58.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는 올해 956조원(본예산 기준)에서 내년엔 1천68조3천억원, 2023년엔 1천175조4천억원, 2024년엔 1천291조5천억원, 2025년엔 1천408조5천억원으로 거침없이 불어난다.

 

이는 연평균 지출증가율을 5.5%로 상정한 것이다. 정부는 2023년 이후부터는 경제회복 추이에 맞춰 총지출 증가율을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해 2025년에는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재정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현 정부의 생각일 뿐 차기 정부가 이를 지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심각한 위기 상황도 아닌 내년 예산 증가율을 8%대로 잡아놓고 차기 정부에 5%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면 지켜지겠느냐"면서 "사실상 내년 1분기에 임기가 종료되는 정부라면 중립적 재정을 짜는 게 맞는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예산 관료는 "팬데믹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재정 확대 요인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을 낮은 수준에서 관리하기는 어려웠지만 이젠 재정의 고삐가 완전히 풀려버렸다"면서 "지출 증가를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초읽기 들어간 부채비율 60%

 

기획재정부가 작년 12월 말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담긴 '한국형 재정준칙'은 오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통제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년부터 예산 증가율을 5∼6%대에서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총지출)을 올해 본예산(558조원)보다 8.3%(46조4천억원) 늘어난 604조4천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은 한 번 늘려 패턴화해놓으면 줄이기가 무척 어렵다"면서 "큰 위기가 지나가고 경제가 정상화로 가고 있는 흐름을 감안해 내년에는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런 작업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는 채무비율이 60% 내에서 관리될 것으로 보지만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지출을 늘릴 경우 국가부채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라고 해서 추경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정권이 같은 당으로 넘어가든 다른 당으로 넘어가든 이전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만큼 내년에도 큰 규모의 추경이 편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7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수준(AA-)으로 유지하면서 한국의 건전한 재정 관리 이력은 국가채무 증가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며, 재정준칙은 재정 관리를 더욱 강화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운용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재정준칙 팽개친 정치권

 

작년 12월 말 국회에 제출된 재정준칙은 강제성이 없어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국가 위기 발생 때에는 준칙 적용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고, 경기둔화 시에는 통합재정수지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 준칙의 적용 시기는 코로나 위기 등을 감안해 2025년으로 멀찍이 미뤘다.

 

이렇게 숭숭 구멍이 뚫려 실효성이 의심스럽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마저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이유는 구구하지만, 정권을 잡을 경우 예산 운용의 족쇄가 되기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재정준칙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7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수준(AA-)으로 유지하면서 재정과 관련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운용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재정준칙은 재정 관리를 더욱 강화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동현 교수는 "정치권이 재정준칙을 외면하고 있는데 이는 여당만이 아닌 야당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쪽지 예산을 주고받으며 지역구 예산 증액에 골몰할 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코로나 위기가 지속된 작년과 올해의 정부 재정 대응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경기 회복기에 재정 기조의 정상화가 지체된다면 향후 긴급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대응 여력이 약해진다"고 우려했다.

 

KDI는 "고령화와 산업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재정지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kimjh@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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