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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MZ세대 젊은이들과 기성 세대들 사이에 관점 차이가 노출되기 시작하다"

근래에 주요 기업에서 보상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다. 저변을 흐르는 것은 관점의 격차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1.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규모가 있는 기업을 오랫동안 경영해 온 나이가 든 경영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다.

젊은 사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연히 세대 격차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근래에 기업에서 관찰되는

특별한 현상에 주목하게 된다.

 

2. 

3월 31일자 <중앙일보>는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특별한 기사를 내 보냈다.

이상재 기자 외에 3명의 기자들이 함께 작성한 현장 취재기는 젊은 사원들에 관한 이야기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 1월 말 SK하이닉스에서 촉발한 보상체계 산정과 임금 인상 논란이

국내 4대 그룹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의 저연차 사무·연구직 사원 3000여 명은

기존 노동조합과 다른 제2노조 설립을 논의 중이다.

“기본급이 너무 적다”며 불만을 제기하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역대급 임금 인상률과 직급별 초임 인상 카드를

내놓으며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현대차는 성과급 기준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MZ세대는 1980~9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태어난 Z세대를 가리킨다. 

 

한편 지난 3월 18일 ‘임금조정 협의가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는 이른바 ‘드러눕기(●▅▇█▇▆▅▄▇)’ 이모티콘이 등장했다.

 

이 회사 일부 직원들은 드러눕기 이모티콘을 앞세워 항의성 글을 쏟아냈다. 익명을 원한 한 삼성전자 간부는 이렇게 말한다.

 

“게시판이 수백 개의 ‘드러눕기’로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집단시위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6일 8년 만의 최대치인 평균 7.5% 임금 인상을 발표했지만, 이 회사 게시판엔 3월 30일에도 ‘드러눕기’ 이모티콘이 올라왔다.   

 

3.

이같은 MZ세대에 대해 나이가 든 간부들은 조심스럽게 불만을 털어놓는다.

익명을 요청한 4대 그룹 인사팀 간부는 이렇게 말한다

“사내에서 ‘가장 불편한 고객’이 MZ세대입니다. 사소한 사안에도 지나치게 불만 제기합니다.”

 

또 다른 기업의 50대 간부는 이렇게 말한다.

“이들이 외치는 공정이 ‘일단 내 주머니부터 채우는 것’이 아닌지 의문입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MZ세대는 공정과 평등에 민감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편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좀더 현실적이 구체적인 진단을 한다.

“이들은 장기근속이나 회사의 미래에 관심이 적습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기업성과를 높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4. 

이같은 현상에 대한 저의 진단과 해석은 이렇습니다.

 

누가 옳고 누가 틀리고 하는 문제는 아니다.

MZ세대와 간부세대가 ‘기업’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관점)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간부 세대에게 회사는 한번 입사하면 오랫동안 함께 하는 곳의 관점이 강하다.

반면에 MZ세대에게 회사는 잠시 머물다 옮기는 곳의 관점이 강하다.

그러니까 간부 세대에 비해서 기업을 계약의 덩어리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따라서 간부들은 회사 발전을 위해서 현재의 이익을 양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MZ세대는 지금, 당장 보상을 원한다. 다음이 아니라 바로 지금 말이다. 

 

이것은 세대별 관점의 차이이기 때문에 변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일종의 시대 정신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한 이유다.

서로 서로 계약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제도화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런 변화 가운데 하나가 5대 그룹 가운데서 삼성만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마더 상반기에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

수십년 동안 가져온 공채와 기수문화가 없어지는 것은 시대 변화를 반영한 적응단계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