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저렇게 거짓이 탄로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밀어붙일 수 있을까?" 참으로 기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젊은 전공의나 의대생들을 전혀 설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전공의 복귀를 위해 앞으로 수십번의 재모집을 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 또한 학사 운용 원칙을 선심쓰듯 만들어서 발표하더라도 의대생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 이유는 "거짓을 참으로 받아들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이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
전공의들은 오랫동안 과학을 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참이 아닌 것을, 그러니까 사실이 아닌 것을 참으로 그리고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과학과 참과 거짓 그리고 사실과 비사실을 명료하게 구분시켜 주기 떄문이다. 나이든 관료들이 크게 실수하는 것은 본인들이 특혜라고 생각하는 것을 베풀면 젊은 세대들이 "내 고맙습니다"라고 받아들일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2.
한국 의료문제의 핵심은 의사수 부족이 아니다. 낮은 수가, 의료소송 등의 요인으로 필수의료과나 지방의료에 의사들이 가지 않는 것이다. 필수의료 전문의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필수의료 전문의를 취득하고서도 그 분야의 종사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 문제이다. 즉 의사 자원의 부족 문제가 아니라 의사 자원의 배치(배분) 문제이다. 사회과학 가운데서도 경제학은 '자원 배분(resource allocation)의 문제'를 다룬다. 한국 의료 문제의 핵심이 바로 자원 배분 문제이다.
3.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의료개혁은 자원 배분의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출발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다. 진단을 잘못했기 때문에 처방 자체가 엉터리인 셈이다. 따라서 윤 정부가 계속해서 의대정원 증가라는 원안 고수라는 악수를 두면 둘수록 병원 경영난 심화, 수련 체계 붕괴, 의료시스템 와해 등 겉잡을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커질 것이다.
4.
다음에 소개하는 두 가지 자료는 한국의 의료 실상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병원당 고용된 의사수는 충격적이라 할만큼 적다. 분석 대상 국가 전체 평균은 90.93명이다. 병원 1개소당 의사 90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16.03명이다. 하위 국가의 절반도 못미치는 인원이 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무엇을 말하는 가? 의료 수가가 낮기 때문에 병원들은 고용된 의사 수를 줄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병원에 고용된 의사들이 고강도의 업무 상태에 놓여있음을 뜻한다. 수련병원들의 경우에는 낮은 임금의 고강도의 노동 상태에 있는 전공의들이 고용된 의사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자료: 조병욱(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대한민국 의사수는 적지만 부족하지 않다", 청년의사, 2023.12.7
5.
다음으로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 1인당 담당 병상 수가 아주 많다. 분석 대상 국가 전체 평균은 1인당 2.18개 병상이다. 반면 한국은 9.96개다. 한국 의사는 약 4.5배 더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 표현으로 말하자면, 의사들이 몸을 갈아넣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료: 조병욱(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대한민국 의사수는 적지만 부족하지 않다", 청년의사, 2023.12.7
5.
이 두 가지 도표만으로 한국인들이 낮은 수가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온 의사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의료사태에서 본 바와 같이 많은 국민들이 무작정 돌팔매를 던지는 대열에 들어선 것은 지극히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일임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의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배반하는 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국제 수준에 보조를 맞출 정도로 병원마다 충분한 의사 수를 확보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원가를 보전할 수 없는 낮은 수가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필수의료과는 낮은 수가에다 의료소송이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인센티브(동기)가 중요하다(Incentive Matters)" 는 경제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원칙들 가운데 하나다. 인센티브는 가격과 동의어라 할 수 있다. 원가 이하의 가격통제가 수십년간 계속되면 어떤 산업이라고 몰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한채 의사들을 겁박하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 공데일리 공병호 기자 ]
공병호의 공직선거 해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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