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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조국을 떠나는 일, 러시아를 떠나는 사람들.

러시아인 가운데 130만명 정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떠난 것으로 추정.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 러시아인들 가운데 유럽연합에 영주를 신청한 사람은 팬데믹 이전의 3배까지 치솟아.

"조국을 떠나는 사람들"

전쟁이란 특별한 상황이긴 하지만, 러시아를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BBC News는 주목할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에게 국가란 운명적으로 태어난 곳과 일치하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국가란 계약체라고 볼 수 있다. 전쟁 때문에 그 관계를 청산할 수 있지만, 전쟁이 아니라도 국가가 자신을 보호해 주기는 커녕 억압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떠날 수 있다.

 

1.

"왜 러시아인들은 조국을 떠나는가?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BBC News의 6월 4일자 기사 시작 부분에 러시아를 떠난 30대 초반의 스베틀라나 이야기가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그녀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18세에 모스크바로 이사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 회사에서 제품 관리자로 일했습니다.
그녀는 "내가 러시아를 떠나야 할 줄은 몰랐고 모스크바에서 은퇴할 계획이었습니다.  저는 러시아를 사랑하고 내 인생을 즐겼습니다."

러시아인들은 2014년 모스크바의 크림 반도 합병과 반대자를 처벌하기 쉽게 만든 새로운 법률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하여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떠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지아뿐만 아니라 발트해 연안 국가 및 기타 EU 국가에 정착했습니다.

스베틀라나에게 2022년 우크라이나의 전면 침공은 전환점이었다.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그것이 곧 끝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사람들이 항의하러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 떠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느꼈습니다." 그녀는 지금 세르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에 있다.

"나는 나와 정치권력 사이에 가능한 한 거리를 두고 싶었다."
("I wanted to put as great a distance between myself and the authorities as possible.")
많은 러시아인들이 그녀의 감정을 공유했고 물방울이었던 것이 개울로 바뀌었습니다.

 

2.

자신이 나서 자란 나라를 떠나는 것은 무척 어려운 결정이다. 그것은 많은 것과의 결별을 뜻하기 때문이다. 불이익과 불편함 그리고 불확실함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베틀라나는 징집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대상에 속한다. 그녀의 짧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하면 개인을 나라를 떠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가까운 사례는 국가보안법이 통과되고 중국 공산당의 직접 통치가 예상되면서 홍콩을 떠난 사람들일 것이다. 

 

3. 

영국 국방부의 추산에 따르면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난 이후에 러시아를 떠난 러시아인들은 130만명이다. 포브스지는 러시아 당국의 자료를 근거로 해서 60~100만명 정도라고 보도한 바가 있다. 러시아 당국이 아무래도 과소 추정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러시아 인구는 1억 4천 7백만명에 이른다.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의 비중이 전체 인구에 비하면 큰 비중은 아니다. 

 

러시아를 떠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다. 떠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되고, 징집 대상이 아니라면 유럽연합이나 가까운 조지아, 아르메니아, 카자크스탄 등지로 떠날 수 있다. 여건이 좋은 사람들은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국가를 떠날 때 가장 어려운 문제가 영주할 수 있는 국가를 찾는 일이다. 여전히 조국을 떠나기로 결정한 러시아인들의 고민꺼리를 자신을 받아줄 나라를 찾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4. 

모든 사람은 생존 욕구와 성장 욕구를 갖고 있다. 국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것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홍콩보안법 강행 등과 같이 정치권력이 결정하는 제도와 정책 그리고 선택에 따라 그 체제 내에 속한 모든 사람들은 영향을 받게 된다. 

 

명분없는 전쟁에 자신이 징집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 젊은이들 가운데 나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또한 억압적인 정치 체제가 종식될 가능성이 가까운 장래에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나라를 떠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나서 자란 조국은 떠나는 일은 한 개인이 내릴 수 있는 여러 선택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결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나이가 든 세대들은 억압적인 정치 상황에 전개되더라도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살아야 할 세월이 긴 젊은이라면 먼 시각에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나라를 떠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BBC News  가운데 한 대목은 러시아 상황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우크라이나 개전 초기에 러시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인출된 현금은 150억불 상당이었다. 이같은 인출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관찰할 수 없었던 일이다. 러시아 국립과학원의 세르게기 스미르노프 에코노미스트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개인들이 러시아를 떠나는 일은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공데일리 공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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