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랐던 ‘진인’ 조은산의 시무 7조에는 백성을 상대로 하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인이 감히 묻사옵니다
무릇 정치란백성과의 싸움이 아닌
백성을 뺀 세상 나머지 것들과의 싸움인 바,
폐하께서는 작금에 이르러무엇과 싸우고 계신 것이옵니까
국내외에 어지러이 산적하여 당면한 과제는온데 간데 없고
적폐청산을 기치로정적 수십을 처단한 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백성을 두고 과녁을 삼아 왜곡된 민주와 인권의 활시위를 당기시는 것이옵니까
폐하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
폐하의 적은 백성이 아닌, 나라를 해치는
이념의 잔재와 백성을 탐하는 과거의 유령이며
또한 복수에 눈이 멀고 간신에게 혼을 빼앗겨 적군와 아군을 구분 못하는
폐하 그 자신이옵니다."
2.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서 자신의 통치기반을 굳히는데 활용하였다.
대통령이 소환되고, 블랙리스트가 소환되고, 장군들이 소환되고, 전 정권의 고위공직자들이 소환되고, 마침내 일제 시대가 소환되고, 그것도 모잘라서 상해 임시정부도 소환되었다
우리편(우리)와 상대편(적)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하면서 권력 기반을 유지해 왔다.
3.
이번에 전쟁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의사들이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는 개업의사들이 나섰다.
이번에는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증원 등의 이른바 ‘4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중핵은 주로 학생들과 전공의들이다.
현재 상황은 의대 본과 4학년을 비롯한 전국 의대생이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을 거부하고 있다.
9월 1일 시작하는데, 통과하지 못하면 의사면허증을 못 딴다. 의사시험 1년 재수를 해야 한다.
예과 1학년~본과 3학년은 동맹휴학계를 제출했는데, 이대로 가면 1년 유급한다. 학생들의 동맹휴학과 의사국가시험 거부, 의사들의 파업, 이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처가 현실화 되고 있다.
4.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정책 재검토 가능성은 ‘제로(0)’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의료계가 정부안을 원안대로 수용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의 관계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정부 의지는 강하다. 이는 보건복지부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계속해서 경고 문건은 발신하고 있다.
환자 불편이 없도록 환자를 진료하라”,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위반해 업무를 개시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 및 형사고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5.
상황이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료계가 초미의 관심을 갖고 있는 중요 정책을 성급하게 지금 통과시켜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냉각기를 가지면서 시간을 갖고 논의하는 과정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종사자들은 자신들에게 피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실패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 확연한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의료계와의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껏 그래왔듯이 의료 정책의 변화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하나로 묶어서 악마화 시켜 버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무조건 남는 일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결국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또 하나의 ‘적’을 만든 다음 이를 진압하는 과정을 취하고 있다.
성공하면 이번 진압으로 끝나지 않고, 정부 정책에 불만을 가져온 다른 적들의 기세와 예봉을 꺾을 수 있다는 그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첨예한 갈등에서 대통령은 가능한 마지막 말을 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적들을 설멸하거나 격퇴하는 모양세를 보이고 있다.
7.
8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서 “(대한의사협회 2차 총파업과 관련해)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하였다. 그의 눈에는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전공의는 개혁에 저항하는 ‘적들’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국민과의 전쟁은 그의 집권 기간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