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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월남 패망의 교훈

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으로 몰락한 국가를 들자면 자유 월남일 것이다. 공병호TV에서 여러 차례 월남 패망을 시리즈 형식으로 소개한 바가 있다. 싸우려는 의지가 없는 사회나 사회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서 웅지를 튼 적에 협조하는 자들이나 부역하는 자들로 인하여 미국이 손을 떼자마자 순식간에 몰락해 버린 월남은 체제 경쟁을 치루고 있는 나라들에게 울림이 있는 교훈을 준다. 

 

최근에 국가정보원은 대공업무를 경찰에 이관한다고 발표하였다.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간첩 관련 업무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끊이질 않는 군의 기강 문제와 계속해서 전력을 와해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집권층의 행보를 보면서, 우리의 실상과 월남 패망의 교훈에 과한 귀한 글을 소개한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이 <포브스>, 2020년 6월 17일자에 소개한 칼럼이다. 칼럼 가운데 부분을 소개한다. 칼럼의 제목은 "[평양 리포트] 남북한 군사력 입체 비교"다. 

 

***

 

월남 패망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남북한 군사 균형의 린치핀(linchipin) 역할을 하는 주한 미군은 결코 한반도에 붙박이 군대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월남전의 사례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1973년 파리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키신저와 월맹의 레둑토에게 그해 10월 노벨평화상이 수여되면서 평화 분위기가 만연했다. 신중하기로 정평이 난 티우 월남 대통령마저 낙관적으로 변모했다.

“하루에 두 끼밖에 못 먹고, 반찬으로는 소금만을 먹을 때가 많을 정도로 월맹의 경제난은 심각하다. 경제난 해결을 위해 미국의 40억 달러 전후 복구 원조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월맹은 파리평화협정을 준수할 것이다. 월맹은 미 B52 폭격기의 소름끼치는 공포를 처절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미국의 대월(對越) 안보 공약이 유지되는 한 최소한 10년간은 재침(再侵)하지 못할 것이다.”

 

1974년 10월, 월맹 하노이에서는 공산당 정치국과 중앙군사위원회 합동 비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레준 서기장은 “월맹군이 남침 총공세를 감행하더라도 미국은 닉슨 사임 후의 정치적 불안 때문에 월남에 대한 방위협정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티우 대통령은 포드 미 대통령에게 ‘미월(美越) 방위협정’ 이행을 요구했다. 포드 대통령은 ‘월남 긴급 군사원조’ 승인을 미 의회에 요청했다. 1975년 4월 19일 미 의회는 군사원조안건을 부결시켰다. 미국 의회에서 외면당한 월남공화국은 2주도 견디지 못하고 4월 30일 멸망했다.

월남 패망은 세계 전쟁사에서 중요한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첫째, 미국은 해당국가의 전투 의지가 있을 경우에만 참전해 지원한다. 둘째, 전쟁은 물리적 파워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첨단 미제무기와 물자 등이 넘쳐난 월남군의 부실한 기강과 전투의지는 열악한 무기로 무장한 베트콩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첨단 미제 군수물자는 월남군의 자포자기식 패배로 월맹군에게 값진 노획물이었다.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67년이 지나며 평화 일변도의 안보정책이 대세다. 전쟁이 종료된 지 반세기가 지나면 적의 무력 공격은 영화나 퇴역군인의 회고록에나 나올 법한 소재로 전락한다. 평화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면 모든 게 일사천리다. ‘정치군인’들이 득세하는 군 수뇌부가 평화만 내세운다면 구성원들의 기강 해이는 명약관화하다.

‘전쟁 없는 한반도’는 평화만 강조해서 달성되지 않는다. 강력한 무기와 기강이 있는 군대가 종합적으로 창출하는 억지력(deterrence)이 필수다. 6·25 전쟁의 참전 경험을 저술한 페렌바크 미군 중령은 저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1963)에서 ‘기강(discipline)’이 없는 군대는 패배할 운명이라고 지적했다. 4세기 로마의 군사전문가인 베게티우스(Vegetius)는 군사학논고에서 강조하고 있다.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에 대비하라(Let him who desires peace prepare for war)’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 시점에 기억하고 싶은 명언이다.

- 출처:  남성욱, 남북한 군사력 입체 비교", <포브스>, 2020. 6. 17

- 바로가기: 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30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