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산과 의대교수의 미국 이주, 많은 것을 말하다" 20여년 동안 아우성을 외면한 결과, 주인은 없고 객만 가득찬 사회.

  • 등록 2024.09.29 20:12:52
크게보기

필수 의료과 저수가 문제, 의료소송 급증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산과의 경우는 어려움을 겪어온 대표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였다. 칼자루를 쥔 사람들은 아우성을 외면하는데 급급하였다. 그 결과 산모들은 날로 고령화 되는데 산과 교수들은 턱없이 부족해지는 날이 오고 말았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은 더욱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대학병원 산과 교수들의 줄이어 사직하고 있다 한다. 한 신문은 사직 한 의사들 가운데 아주 특별한 사례를 한 가지 전한다. 그것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 부원장을 역임했던 50대의 산과 교수가 직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이주한 사례다. 기사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은 이렇다.

"50대 남자가 상당히 안정된 직을 버리고 미국행을 선택한다?" 이것은 보통 결심으로 단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만큼 완전히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전후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1.

(대학병원을 떠난 산과 교수들) 6명 중에는 수도권 대학 병원의 부원장까지 지낸 A 교수도 포함돼 있다. 50대인 그는 지난 4월 사직을 하고 6월부터 미 서부의 한 병원에서 가정의학과 레지던트(5년 과정) 수련을 받고 있다.

미국 의사 시험을 치렀다. A 교수는 국내 대학병원에서 최근 10년간 ‘나 홀로 산과’ 교수였다. 산과는 필수 의료지만,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는 낮고 위험은 커서 대표적인 기피 과로 통한다. 산부인과 응급 환자 대부분은 산과 환자다. 이런 이유로 그의 후임 교수는 10년 만에 충원이 됐다고 한다.

산과 교수들은 “A 교수는 보조해줄 전공의도 한 명밖에 없어서 10년간 수시로 야간 당직을 서거나 집에서 자다가 응급 콜을 받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번 의정 갈등으로 그 전공의마저 떠나자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A 교수는 본지에 “밤이든 새벽이든 환자가 오면 병원에 달려가야 하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 출처: "10년을 홀로 밤낮없이 수술"...산과 교수들, 미국으로 보험사로 떠난다", 조선일보, 9.28

 

2. 

50대에 미국으로 생활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여기서는 도저히 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50대에 미국 의사 시험을 보고, 50대에 주로 30대에 거치는 힘든 레지던트(5년 과정) 수련 과정을 받기로 결심하는 것은 왠만해서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힘들고 불확실하더라도 이곳을 떠나야 한다"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3. 

낮은 수가와 의료소송 급증에 대해 산과를 비롯한 필수과 종사자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외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철저하게 뭉개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 앞에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미국으로 떠난 그 의사는 "도저히 이 체제를 바꿀 가능성이 없구나"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바로 그런 판단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사건이 전공의 사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여기는 진짜 답이 없구나"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으로 50대 남자가 레지턴트 수련으로 미국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다.  왠만해서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결정이다. 하지만 그는 "늦었지만, 미국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4.

어느 사회건 문제는 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문제 해결 능력을 크게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공적 분야를 볼 때면,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가 모두가 나그네처럼 행동한다. 어느 분은  "우리나라 사람한테는 국가가 없습니다. 그냥 이 땅에서 월세 내고 사는 세입자 의식으로 사는 꼴입니다"라고 혹평한다. 

 

10년만에 건강보험지출은 무려 2배나 늘어났다. 2013년 건강보험지출(건강보험 공단부담금+법정본인부담금+비급여본인부담금)은 62조 2천억원, 2022년은 120조 5천억원이다. 정확하게 1.95배가 10년만에 늘어났다. 그 많은 돈은 모두 다 어디로 간 것일까? 

 

 

[ 공데일리 공병호 기자 ]

 

 

공병호의 공직선거 해부 시리즈

<도둑놈들 1: 선거, 어떻게 훔쳤나?>

<도둑놈들 2: 2022 대선, 어떻게 훔쳤나?> 

<도둑놈들 3: 2022 대선, 무슨 짓 했나?>

<도둑놈들 4: 2020 4.15총선, 어떻게 훔쳤나?>

<도둑놈들 5: 2022 지방선거, 어떻게 훔쳤나?> 

(직접 구매: 010-9004-0453(공병호연구소) 문자 연락 구매)

 

 

공병호 기자 bhgong@gongdaily.com
Copyright @gongdaily Corp. All rights reserved.

등록번호 : 경기,아52594 | 등록일 : 2020.07.02 | 발행인 : 공병호 | 편집인 : 공병호 | 전화번호 : 031-969-3457 | 주소 : 서울시 강서구 강서로 532, 105-404호 Copyright @gongdaily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