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 어떻게 마무리할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모두 드러난 상태. 그럼에도 초기 입장을 수정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결과는 무엇일까?

2024.07.14 16:17:06

윤 정부의 의료개혁은 출발부터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였다. 그것은 필수의료과 의사부족 문제와 지방의료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것이었다.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의대정원 증가와 두 가지 정책 목표는 상호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겠다는 것인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을 우려하게 된다.

후기 조선인들과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 차이점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근대교육 한 걸음 나아가 현대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람들이다. 근대 교육의 특성은 무엇인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과적 사고, 과학적 사고, 논리적 사고 그리고 합리적 사고를 교육 과정을 통해 배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1.

인과적 사고는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대의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굳이 전문가라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일상 생활과 일을 통해서 현상에 대한 원인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익숙하다. 

 

2.

근래에 사회적 갈등의 대상이 되는 의료문제도 인과적 사고로부터 예외가 될 수 없다. 의과대학정원 연 2천명, 총 1만명 증가를 내세운 정책입안자들은 이렇게 자신을 옹호해 왔다.

 

"필수의료과 인력 부족 문제와 지방병원의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과대학 정원의 과감한 증가가 필요하다."

 

이같은 주장을 인과적 사고로 재해석하면 "의사수의 부족이 필수의료 부족과 지방병원 인력부족의 주요 원인에 해당한다."를 뜻한다. 이를 재해석하면 원인은 의사수 부족이고 결과는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수 부족이라는 것이다.

 

3.

그런데 이같은 정책당국자들의 주장이 전부 허위인 것으로 밝혀지고 말았다. 인과적 사고에 기초하면 "필수 의료과 인력 부족 문제와 지방병원 인력 부족문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의료수가와 의료소송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을 정당화 하기 위해 대통령 이하 보건복지부의 장차관들이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의과대학정원을 들고 나왔음이 충분히 확인된 셈이다. 

 

4. 

따라서 인과적 사고로 훈련받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윤 정부의 의료개혁이 허구(사기)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라고 정책당국자들은 계속해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대학입시 요강을 발표한 상태이기 때문에 2025년 입학정원은 할 수 없고, 2026년부터 의료계 주장을 반영하는 방안은 검토해 보겠다."

 

현대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2025년 대학입시 요강을 발표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는 어찌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결국 겉모습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라 하지만 후기 조선인들과 다를 바 없는 사고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음을 확인하게 된다.

 

5.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말이 되는 일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윤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관리들의 태도를 보면 그냥 후기 조선사람들이란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앞으로 대학병원 경영난, 수술 지체 내지 불가, 의약품 공급업체들의 피해, 간호사 채용 불가, 대형병원들의 구조조정, 인턴 전공의 공보의 군의관 공급 불가 등 숱한 부작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윤 대통령이나 고위관리들의 언행을 보면 꼰대들의 어거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말이 되지 않는 무리수로 젊은 의사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젊은 의사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정말 형편이 없구나.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 다 밝혀졌는데도 완장을 찼다고 겁박하고 명령하는 것이 있을 법한 이야기인가! 이게 나라인가!" 대통령과 동갑내기로서 지금 1960년대 생들이 주도해서 벌리고 있는 의료농단에 대해 실로 미안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 공데일리 공병호 기자 ]

공병호 기자 bhgong@go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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