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음모론으로 비난받는 세상...", "사실이 견해의 차이로 둔갑되는 세상", "사실(fact)이 관점의 차이로 내몰리는 세상"

  • 등록 2023.07.21 21: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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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선악을 구분할 수 있을까? 사실을 관점의 차이나 견해의 차이로 간주해 버린다면 정의와 부정의를 구분할 수 있을까? 한 걸음 나아가 합법과 불법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사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사실로 아무렇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세상"

1964년 10월, 한나 아렌트가 독일 ZDF 텔레비전과 가진 인터뷰에서 주옥같은 내용들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서도 특별히 주목하게 되는 것은 "누군가 사실을 만나게 되었을때,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1. 

권터 가우스(인터뷰자): 한나 아렌트 씨, 당신은 무엇이 정당한가?(악의 평범성, 2차 세계대전 전범 아이히만을 마치 두둔하는 듯한 저서)라는 의문을 논의의 대상으로 남겼습니다. 그럴 경우 우리는 진실에 대해 침묵해도 되지 않습니까?

 

한나 아렌트: 내가 침묵해도 되었을 거라고요? 맞아요! 하지만 분명

나는 그에 대한 글을 써도 됐을 거예요. ... 그런데요. 누군가 나한테

이런저런 일을 예상했더라면 아이히만(수많은 유대인을 죽일 학살

계획 실무 책임자) 책을 다르게 쓰지 않았겠느냐고 묻더군요.

 

나는 대답했어요. ”아뇨“

내가 직면한 대안은 이런 거였어요. 글을 쓰거나 쓰지 않거나.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 잠자코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41쪽, 1964년 퀀터 가우스 인터뷰, 무엇이 남아있느냐고요? 언어가...)

 

2.

명백한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인간은 대체로 3가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나는 그냥 알지 못하거나, 보지 못한 것처럼 의도적으로 뮤시해 버리는 것이다. 대부분 사실의 인정이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이처럼 사실을 깔아뭉개버리는 은폐가 일어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슬쩍 다루지만 다수가 보고 싶은 의견에 맞추어서 자신의 주장을 바꾸는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정직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 판단하는 바를 그대로 내놓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대다수 유대인들이 생각하는대로 최악의 전범인 아이히만을 악마로 몰아붙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양심과 지성에 근거해서 '악의 평범성'이란 주장을 내놓았고, 이것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 한나 아렌트

 

3.

정작 중요한 것은 한나 아렌트가 왜 자신이 양심을 속일 수 없었는 가에 대해 명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점이다. 

 

한나 아렌트: 우리가 항상 떠벌려대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제 우리는 18세기의 ‘사실적 진리(the truth of fact)’라고

불렀던 문제에 당도했어요.

 

이건 진정으로 사실적 진리의 문제예요.

견해의 문제가 아니에요. 대학에 존재하는 역사과학은 사실적 진리의

수호자들이에요.

(42쪽, 1964년 퀀터 가우스 인터뷰, 무엇이 남아있느냐고요? 언어가...)

 

세상에는 견해의 차이, 관점의 차이, 해석의 차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문제가 있지만,

때로는 주관적 판단을 넘어서 객관적인 '사실적 진리'라고 부를 수 있는 문제들이

있게 마련이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로 나온 '악의 평범성'을 사실적 진리에 속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도저히 학자적 양식과 양심에서 자신이 찾아낸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4.

여기서 나는 자연스럽게 우리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와 낙선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는 '선관위 발표 후보별 득표수'가 발표된다. 발표 추제는 선거사무를 담당하는 선거관리위원회다. 

 

그들이 발표한 선거데이터에서 2017 대선부터 2023 보궐선거까지 모든 공직선거에서 특정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수 가운데 일정 퍼센트를 빼앗아서 즉, 마이너스 처리한 다음에 꼭 같은 퍼센트만큼을 특정 후보에게 표를 더해주는 공식, 규칙, 관계식, 전산프로그램 등을 이용해서 조작 작업이 있었음이 발견되었다. 

 

<표 1> 2020 4.15총선 대전 중구(황운하 vs 이은권)

주: 이은권(미래통합당)의 사전투표 득표수(22,881표) 가운데 25%(-5720표)가 규칙에 따라 황운하

(더불민주당)에게로 이동되었음을 선관위 발표 후보별 득표수에서 확인. 조작값 25%와 20%를

선관위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최종적인 선거데이터에서 찾아낸 경우.

 

<표 2> 2022 4.15총선 대전중구(황운하 vs 이은권): 당선자와 낙선자를 바꾼 경우

주: 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황운하가 +2,810표 차이로 승리한 선거. 사전투표 득표수 증감 작업을 제거한 이후에 진짜 득표수 추정치에 따르면 이은권(미래통합당)이 +8,769표 차이로 승리한 선거. 선거사무를 담당하는 자들이 +8,769표 차이로 승리한 이은권(미래통합당)을 사전투표 득표수 증감 작업으로 -2,180표 차이로 패배한 후보 만들었음.

 

이것은 추론도 아니고, 추측도 아니고, 주장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다. 그냥 선거데이터를 분석해서 찾아낸 '과학적 발견'이자 '사실적 진리'일 뿐이다.  숫자가 말하는 것은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하는 '악의 평범성'보다 훨씬더 견고한 증거를 가진 '사실적 진실'이다. 

 

이를 외면하는 사람들, 이를 덮는 사람들, 이를 왜곡하는 사람들은 '사실적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음을 뜻한다.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우리의 삶과 사회 그리고 문명은 무엇 위에 지탱할 수 있다는 말인가? 

 

[ 공데일리 공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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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들 4: 2020 4.15총선, 어떻게 훔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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