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원톱'으로 내세우는 방식의 '윤석열 선대위' 구상이 좌초 위기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사이의 미묘한 입장차가 강대강 충돌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수습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윤 후보는 굽히지 않는 표정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설득하기 위해 새 선대위 인선안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출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이 성공적인 캠페인을 통한 정권 교체보다 선대위 헤게모니 장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김 전 위원장이 지난 21일 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인선을 보류하라고 요구하고, 윤 후보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둘의 관계도 파국으로 치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통화에서 "상왕을 모셔놓고 선거를 할 수는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김 전 위원장도 강경해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광화문 개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더이상 정치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내 일상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위원장 주변에선 윤 후보가 후보 선출 직후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컨벤션 효과에 도취해 중도 외연 확장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가 경선캠프 시절 의지했던 서너 명의 측근에게 둘러싸여 신선한 인물을 중용하지 못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인 선대위를 꾸리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극적 봉합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당분간 서로 '냉각기'를 갖다가 이번 주말께 회동하며 다시 의기투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후보 본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 앞에서 김 전 위원장을 '그 양반'으로 지칭했다가 오후에는 '우리 김 박사님'이라고 누그러뜨렸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의 '문고리'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극한 대치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2선 퇴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일축했지만,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날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거부할 이유는 없다"며 열린 태도를 보였다.
윤 후보를 가까이서 도와온 송언석 의원에 이어 김태흠 의원이 김 전 위원장 사무실을 방문해 면담하는 등 물밑 접촉도 종일 이어졌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며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으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는 점을 김 전 위원장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저녁 사무실을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2∼3일 사이에 내 입장을 밝힐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여지를 뒀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한지훈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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