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방역지원금 명목으로 내년 1월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예산 정국에서 여야간 충돌이 예고된다.
선거 직전에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풀 경우 금권 선거 논란이 불가피한데다 세금 납부를 유예, 사업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 자체가 '세금깡 꼼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이 전국민 지원금 명칭을 방역지원금으로 변경, 야당과 합의가 필요한 신규 사업으로 편성하지 않고 기존 방역사업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을 두고도 향후 예산 처리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9일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전국민 위드 코로나 방역지원금' 이름으로 내년 1월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을 현재 심의 중인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방역 지원금은 내년 예산에 반영해 내년 1월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 국민들에게 지급, 개인 방역에 힘쓰고 계시는 국민들의 방역물품 구입과 일상 회복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원으로 10조~15조 정도 예상되는 추가 세수를 제시했다. 올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이 세금 징수를 유예, 내년에 걷어서 내년도 예산안의 추가 세입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소요되는 재원은 올해 초과 세수분이 예상되기 때문에 초과 세수분을 납부를 유예해서 내년 세입을 늘려서 충당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방역지원금 금액은 1인당 20만~30만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경우 국비는 7조~9조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가 일부 분담하면 추가 세수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방역지원금이지만 지급 자체는 이전 재난지원금처럼 '소멸성 지역화폐'로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에 충전해서 일정 기간에 특정 지역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이 사업이 방역 지원이라는 점을 들어 기존 방역사업 예산을 증액하는 식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야당과 신규 사업 편성에 합의가 안 될 경우 정부 동의만 있으면 되는 증액 사업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야당은 이에 대해 "포퓰리즘", "꼼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민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초과세수를 내년 세입에 반영하기로 한 것에 대해 페이스북 글에서 "국가 재정을 정치자금으로 쓰려는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악성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왔음에도 민주당은 세금 납부 시차를 교묘하게 조정해 어떻게든 돈을 뿌리려 시도하고 있다"며 "'카드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가. '세금깡'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예산을 마련하려고 연말로 예정된 세금납부를 내년으로 미루려는 꼼수를 부리려 한다"면서 "신개념 '세금 밑장빼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10명 중 6명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한다는 조사가 발표됐다"면서 "성장동력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은커녕 선거에 매몰된 포퓰리즘으로 망국의 길을 걷겠다는 집권여당의 대선 전략은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허 대변인은 또한 "재정 당국도 난색을 표하는 마당에 이재명 후보의 뜻이라는 이유로 기존 방역 예산을 증액시키는 꼼수까지 부리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이름만 '방역지원금'으로 바꾼다는 발상 자체가 스스로 명분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인 안철수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집권당의 대선 후보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국민을 속이며 악성 포퓰리즘 정치를 획책하고 있다"면서 "국민을 속이지 말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오승재 대변인도 논평에서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에 대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해괴한 이름을 붙였다"면서 "말장난으로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예결위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과연 옳은 방식인지에 대해 논의를 해야한다"라면서 "결국은 국민의 귀한 세금을 가지고 집행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정부도 전국민 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향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갈등은 물론 당정간 대립도 심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이유미 기자 solec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본 채널은 연합뉴스와 콘텐츠 이용계약을 맺었으며, 연합뉴스 콘텐츠는 본 채널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